[해외경영]원高 파도를 넘어 세계시장 연다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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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휴대전화 애니콜의 ‘울트라 에디션’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 최고의 예술품이 모여 있는 프랑스의 ‘자존심’에 자랑스럽게도 한국 브랜드가 걸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를 위해 휴관일인 화요일에 맞춰 박물관을 통째로 전세 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기자단은 루브르에서 행사를 성사시킨 삼성전자의 마케팅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애니콜은 이 행사를 통해 또 한번 세계적인 브랜드임을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꽃을 피우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현지 생산·마케팅 시스템을 통해 초일류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그룹 등은 수년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국내 제품들이 당당히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원화강세(원화환율 하락)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따른 돌파구를 찾고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경영’ 특집기사목록

▶ 철저한 현지화+럭셔리 전략 열매 맺다

▶ 해외생산 가속페달 밟고 위기 돌파

▶ 포스코 ‘21C 확장전략’

▶ 초코파이-신라면,
중국-러시아 입맛 휩쓸었다

▶ 중동에서 동유럽까지
… ‘건설 한국’ 잇단 승전보

▶ ‘아파트 한류’ 세계를 누빈다

▶ SK㈜, 한국의 ‘산유국’ 진입 최선봉

▶ “한국의 에너지 우리가 책임진다”

▶ LG화학, 17개국에 판매법인

○ 삼성 해외에서도 ‘창조경영’

삼성은 글로벌 경영에서도 단연 선두주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화두로 던진 ‘창조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해외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담은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160층 규모의 ‘버즈 두바이’를 짓고 있다. 삼성 기술로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초고층 건물을 최단 기간 내에 지을 수 있는 건설 기술로 매일 3개 층을 쌓아올리고 있으며 2008년 말에는 완공한다.

삼성은 이 밖에도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도시 공항에는 삼성전자의 디지털TV가 걸려 있다. 파리의 드골공항 입구에는 애니콜의 조형물이 전시돼 있기도 하다.

특히 삼성은 최근 들어 인도와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지역과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해외에서 신천지 찾는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판매가 줄어들자 해외 판매에 사운(社運)을 걸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05년 미국 앨라배마 주에 공장을 완공한 현대차그룹은 최근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에 기아차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1호 모델인 ‘씨드’를 글로벌 명차(名車)로 만들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08년 중국 제2공장과 체코 공장을, 기아차는 올해 중국 제2공장과 2009년 미국 조지아 주 공장을 각각 완공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이들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2010년까지 총 600만 대(이 중 해외 300만 대)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돼 세계 5위 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 LG 새 경영진, 글로벌 경영 체제 정비

LG그룹은 신임 남용 LG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외 경영을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지만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중국∼러시아∼폴란드’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디지털 벨트와 신흥 IBSA(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디지털 가전 공장을 준공했으며 폴란드 브로츠와프에도 같은 달 LCD TV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 기반도 늘려나가고 있다. LG전자는 유럽에서의 고부가가치 디지털 제품의 생산 비중을 올해까지 전체 물량의 70%까지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LG는 또 ‘LG 브릿지’로 더 유명한 러시아 모스코바의 ‘발쇼이 카메니’ 다리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설치한 초대형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설치물로도 프리미엄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

○ SK그룹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6년을 ‘해외경영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전통적인 내수기업이었던 SK도 그룹 전체가 글로벌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베트남 하노이로 집결시켜 그룹 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현재 SK㈜는 성공률이 5%에 불과하다는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그동안 12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그 결과 예멘 이집트 베트남 페루 등지에 26개의 프로젝트에 참가해 국내 연간 원유 소비량의 49%인 총 3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SK텔레콤도 베트남에서 이동통신서비스사업인 ‘S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S폰 서비스 가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 다른 그룹들도 글로벌 경영에 박차

철강업계의 선두주자인 포스코는 120억 달러를 들여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착공해 2010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설비규모도 1200만 t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또 베트남 철강 생산공장 건설(11억3000만 달러), 멕시코 CGL공장 건설(2억6200만 달러), 신일본제철 주식 추가매입, 태국 타이녹스 지분 15% 인수 등의 굵직한 해외투자를 추진 중이다.

최근 그룹 기업통합이미지(CI)를 교체한 한화그룹도 내수기업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그룹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며 “계열사별로 특성에 맞는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한화는 우선 중동 전략파견단 활동을 시작으로 합성수지, 철강, 비철, 화학제품 등의 거래를 확대하고 기계·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국에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금호건설이 최근 베트남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선 데 이어 다른 계열사들도 타이어, 항공, 렌터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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