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철저한 현지화+럭셔리 전략 열매 맺다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울트라 에디션’ 신제품 발표회. 삼성전자는 박물관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울트라 에디션’ 신제품 발표회. 삼성전자는 박물관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중심에 있는 전자매장인 ‘일렉트릭 시티’에서 자카르타 시민들이 LG의 평면TV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자카르타=김선미 기자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중심에 있는 전자매장인 ‘일렉트릭 시티’에서 자카르타 시민들이 LG의 평면TV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자카르타=김선미 기자
삼성전자-LG전자 “세계와 통했다”

국내 전자업계는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세계 유명 명소와 호텔 곳곳에선 한국산 TV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피부색이 검건 희건 노랗건 ‘메이드 인 코리아’ 휴대전화를 자랑스럽게 들고 다닌다.

국내 양대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본보는 LG전자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유럽 시장을 지난해 12월 가 봤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한국을 세계 속에 심고 있는 국내 회사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 있는 그곳….

○ 신흥 시장에 심는 한국 브랜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치카랑에 위치한 ‘MM2100’ 공단 안의 LG전자 생산법인.

월 30만 대의 TV를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여러 개의 85m 라인을 따라 액정표시장치(LCD)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LCD TV의 조립라인을 증설하는 공사도 진행 중이었다.

검은 히잡 차림으로 앳된 얼굴을 가린 데카(18) 양은 라인에 서서 망치를 닮은 장비로 TV를 두드리며 충격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인도네시아 평균 월급(월 90달러)보다 많은 월 150달러를 이곳에서 받고 있다”면서 “세계적 기업인 LG에서 일하는 나를 주변에서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침 자카르타 중부 교육청 공무원들도 LG전자 공장을 방문했다. 수많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이기 때문에 LG전자 TV를 활용해 시청각 교육을 펼칠 계획이란다.

이곳에서 TV 냉장고 모니터 오디오 등을 생산하는 LG전자는 1990년 진출한 이후 16년 만인 지난해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 1위 회사가 됐다. 일찍이 진출한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와 폴리트론 등 막강한 인도네시아 내수 브랜드를 물리친 것이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치러내고 올해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정식 회원국으로 확정된 베트남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위상은 드높았다.

하노이 시내 전자매장인 ‘나노’의 팜호아이손 사장은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은데다 고급 스쿠터를 주는 경품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많아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 선진 시장에선 ‘명소(名所) 마케팅’으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거리에 있는 전자제품 유통업체 ‘프낙’에 들어서자 삼성전자 LCD TV가 단연 인기였다. 검은색 코트 깃을 올려 입은 세련된 차림의 파리지앵들은 유독 삼성전자 제품 주위에 몰렸다.

프랑스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 때문에 외국 브랜드가 고전하기 쉬운 지역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철저한 현지화와 고급 이미지를 강조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프랑스 휴대전화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판매량도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만 대씩 늘었다.

삼성전자 측은 “모차르트 로댕 푸시킨 고흐 노벨의 공통점은 삼성전자”라고 자랑한다.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위인들의 박물관에 삼성전자 LCD TV와 모니터를 공급함으로써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도 LCD 모니터를 설치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프랑스 드골, 미국 댈러스, 영국 히스로 공항 등에도 제품을 설치해 브랜드를 노출하는 ‘관문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하노이·자카르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삼성제품 파리 고가품 진열대에 당당하게▼

2003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간 김모(30) 씨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때문에 겪었던 좋은 기억과 끔찍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휴대전화를 장만하러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은 김 씨는 깜짝 놀랐다. 삼성전자 제품이 고가(高價) 제품을 진열하는 곳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직원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삼성전자 제품을 권했다. 으쓱해진 김 씨는 당초 생각했던 예산을 초과해 컬러 화면에 폴더형인 최신 제품을 구입했다.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들 때면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집중됐다.

1주일 뒤. 김 씨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만지작거렸다. 그 순간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온 시커먼 손 하나가 순식간에 낚아채 갔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파리 소매치기의 주요 표적이었던 것이다.

4년이 지났지만 당시와 분위기는 달라진 게 없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는 여전히 삼성전자 제품이 고가품 진열대를 장악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프랑스인 친구들은 김 씨가 최근 새로 장만한 삼성전자의 ‘울트라 에디션’ 슬라이드 폰을 보면서 군침을 삼킨다.

휴대전화뿐 아니다. 올해 나온 ‘보르도 TV’를 필두로 한 디지털 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고가와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삼성전자의 일관된 프리미엄 전략 덕분이다. 프랑스 사람들도 인정한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지난해 8월 ‘울트라 에디션’이 시장에 나왔을 때 “삼성전자의 고가 브랜드 이미지 전략이 그대로 유지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일간 라 트리뷴은 “삼성전자는 고급 디자인으로 부유층 고객을 일관되게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사례
종류 대표 사례
박물관 마케팅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등
관문 마케팅영국 히스로 공항, 미국 댈러스 공항, 프랑스 드골 공항 등
사회공헌 마케팅미국에서 벌이는 ‘희망의 사계절’ 자원봉사 활동 등
스포츠 마케팅2006 도하 아시아경기 후원 등
귀족 마케팅중동 왕족 대상 판촉활동 등
문화 마케팅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 멜로디 시계 복원사업 추진 등
유스(Youth) 마케팅한국 장학퀴즈와 같은 중국 ‘삼성지력쾌차’ 프로그램 등
러닝(Running) 마케팅우크라이나 심장병 아동 자선달리기 등
자료: 삼성전자

▼‘냉동실 크게’ 자카르타式 LG냉장고 날개 돋쳐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3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SC TV는 LG전자의 ‘타임머신 TV' 발표회를 전국에 생방송했다.

자카르타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이 발표회가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의 황금 시간대에 전파를 탄 것에 대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다른 외국 회사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다.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은 각종 시장조사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2006년 프리마니야르타 어워드’에서 올해의 최고 수출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11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했다.

이 법인은 인도네시아에서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기주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지난해 1월 이곳에 부임한 이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인도네시아 시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TV와 오디오의 음량이 크고, 고음보다는 저음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더운 날씨에 얼음을 먹기 위해 큰 냉동실을 원한다는 것도 파악했다.

시장 수요에 맞춘 제품을 만든 뒤에는 직원들이 틈나는 대로 매장에 나가 일본 경쟁회사들보다 조금씩 가격을 낮췄다. 대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고급 호텔과 백화점에 공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지난해에는 자연재해가 많은 욕야카르타 지역에서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함께 ‘LG 사랑의 병원’이란 이름의 의료봉사활동도 펼쳤다.

이 법인장은 “2억30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동통신 수요가 급증하는 등 시장 잠재력이 크다”며 “이익만 취하는 외국 회사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발전에 기여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