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중동에서 동유럽까지… ‘건설 한국’ 잇단 승전보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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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짓고 있는 ‘버즈두바이’ 빌딩 건설 현장.

지상 100층 높이의 건물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까마득하게 올라간 건물 뼈대가 마치 하늘과 맞닿은 바벨탑을 연상케 한다. 사흘 뒤면 다시 1개 층이 생긴다.

2008년 이 건물이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등극’하게 된다. 160층. 현재 최고층 빌딩인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101층, 508m)를 거뜬히 제친다.

중동사업을 총괄하는 삼성물산 백승진 전무는 “입찰 과정에서 경쟁 업체보다 공사비를 비싸게 써냈지만 기술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영국, 일본 등의 건설사들을 따돌렸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 부문에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승전보(勝戰譜)’가 연이어 울려 퍼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건설 부문에서 따낸 일감은 160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를 웃돈다. 사상 최고다.

일부 회사에서는 ‘일손이 달려 일감을 더는 수주하지 못하겠다’는 즐거운 비명까지 흘러나온다.

○ 건설사, “고맙다. 오일달러!”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은 2003년 36만6800만 달러에서 2004년 74만9800만 달러, 2005년 108만5900만 달러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160억 달러를 훨씬 넘긴 지난해에는 해외 건설 수주금액에 대한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수주금액 자체가 1965년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 진출한 이래 사상 최고였고 누적 수주액도 2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최단 기간 100억 달러 돌파 기록도 세웠다.

이처럼 해외 건설이 호황을 맞게 된 데에는 고(高)유가로 인한 ‘오일달러’의 힘이 크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중동 산유국과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유가 급등에 힘입어 원유 증산시설과 석유화학·가스처리, 항만, 발전·변전시설 등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중동지역의 건설시장 규모는 총 7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두 33억 달러를 수주했고, 쿠웨이트 오만 베트남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10억 달러가 넘는 일감을 따냈다.

○ 외화내빈은 그만, 해외 건설 체질 개선

최근 해외 건설의 특징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수주한다는 점.

해외 건설 부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산업설비) 사업의 비중은 1980, 90년대 평균 23%에서 2000년 이후에는 평균 66%로 높아졌다.

GS건설이 오만에서 짓는 석유화학 공장 ‘아로마틱스 플랜트’는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화제가 됐다. 공사 기술력을 인정받아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이 필리핀에서 짓는 정유회사인 페트론사(社)의 공장은 대림산업이 시설 설계부터 기자재 조달, 시공, 시운전 지원까지 일괄적으로 맡아서 한다.

기술력이 탄탄하지 못해 해외 건설사에서 공사를 하청받아 노동력을 앞세우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만 골라 일감을 따내는 것도 두드러진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국가 신용도가 추락하자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등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던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부터 달라진 점이다.

해외건설협회,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보증사업성 평가가 까다로워지면서 해외 건설의 체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분별하게 공사를 수주하기도 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 각국의 ‘블루오션’ 공략…싹쓸이 수주

국내 건설사들의 활약상은 눈부실 정도다.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벌이는 천연가스 액화(GTL·Gas To Liquid)시설 공사는 유럽과 일본이 독점했던 공사를 따낸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컸다.

SK건설은 지난해 루마니아 정유공장 탈황시설(FCC)을 완공하면서 동유럽 플랜트 건설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낡은 공장을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 신흥 플랜트 시장으로 떠오른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담수화 설비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40%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 등 물 부족 국가에서 담수설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1970년대 말부터 담수설비 사업이 뛰어든 결과다.

쌍용건설은 세계 각지의 고급 호텔과 주택건설 부문에서 특화하고 있다.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스위스의 스탬포트호텔,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스시티, 두바이 3대 호텔로 꼽히는 두바이 그랜드하얏트호텔은 모두 쌍용건설이 지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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