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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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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안팎에서는 요즘 정의선(사진) 기아차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높다.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내수 침체 등으로 기아차 경영이 악화되자 정 사장이 영업실적이 좋은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분간 사정이 호전될 가능성이 낮은 기아차 사장을 계속 맡을 경우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 사장의 대내외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원활한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승진한 정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은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발표된 직후인 11월 초부터.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004년 5131억 원에서 지난해 740억 원으로 뚝 떨어졌고 올해 들어 9월까지 영업이익은 703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정 사장의 ‘인사이동설’은 이달 초 기아차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더욱 확대됐다.
이달 8일 기아차 주가는 장중 한때 1만23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연초 기아차 주가가 2만815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반 토막’ 이상 난 셈.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반전된 상황에서 정 사장의 보직이동이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아차의 경영악화가 환율 등 외생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 자리를 옮기는 것은 자칫 ‘가랑비 피하려다 소나기 맞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또 정 사장이 부사장 시절부터 줄곧 해외사업에 전념하면서 국내사업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진정한 경영능력 평가는 해외사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정 사장의 첫 해외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슬로바키아 공장이 이달 7일부터 가동돼 첫 판매는 내년 1월 27일 독일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사장이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의 성패는 일러야 내년 6, 7월경이 돼야 윤곽이 드러난다”면서 “정 사장 본인도 최근 기아차 잔류 의사를 강하게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해외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해외프로젝트마저 지지부진하면 정 사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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