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방품목 1000개 더 확대”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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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 이틀째인 24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FTA 반대시위대가 협상장이 있는 신라호텔 쪽으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방패로 시위대를 밀어내고 있다. 서귀포=전영한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 이틀째인 24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FTA 반대시위대가 협상장이 있는 신라호텔 쪽으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방패로 시위대를 밀어내고 있다. 서귀포=전영한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4차 협상 이틀째인 24일 양국은 전날 파행을 겪었던 상품 분야의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상품 분야 개방안은 FTA 협상의 핵심이기 때문에 여기서 진전이 없으면 전체 일정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국 협상단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신라호텔에서 상품과 농업, 금융, 무역구제 등 14개 분야에서 협상을 이어갔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전날 미국이 제시한 상품 분야 수정 개방안에 대해 “FTA를 체결하고도 관세를 폐지하는 데 10년이나 걸린다면 너무 길지 않으냐”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개방품목을 신발, 장난감, 스포츠용품 등 1000개가량 더 포함시키고 개방 시기도 한층 앞당긴 재수정안을 내놓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분과 회의장에서 협상이 활기를 되찾았다.

전날 기자들에게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던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도 이날은 “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단 관계자는 “한국은 상품 분야에서 이미 80% 정도 상품의 관세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은 1000개 정도를 추가해도 관세 즉시 폐지 비율이 60% 수준일 뿐”이라고 말해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개방 폭을 늘릴 수 있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아직’ 수정 개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해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개방 폭을 늘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은 이날 자동차 분야에서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자동차 안전기준 작업반’을 상설화하자고 요구했다. 한국에서 자동차 안전기준을 만들 때부터 자국 업계의 이해를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섬유와 무역구제 분야 협상에서는 서로의 방침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한편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국내 제약업계는 반대로 돌아섰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선별등재제도(가격에 비해 효능이 뛰어난 약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를 도입하려고 국내 제약사를 고사시킬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신약의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복제약의 가격을 낮추면 FTA 체결 첫해 국내 제약사의 매출은 1조3000억 원(연간 국내시장의 약 16%) 줄어들고, 9000여 명(전체의 약 14.5%)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귀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反FTA시위대-경찰 충돌 10여명 부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 둘째 날인 24일 제주에서는 FTA 협상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농민이 아닌 대학생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소속 조합원이 시위대 앞쪽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 또 시위대는 경찰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취재 기자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날 낮 12시 5분경 서귀포시 중문동 농협하나로마트 앞에서 열린 ‘한미 FTA 협상 반대 결의대회’를 마친 시위대 1000여 명이 1km가량을 행진한 뒤 협상장인 신라호텔이 있는 중문관광단지 입구로 이어지는 다리인 천제교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협상장 쪽으로 진출하려 하자 낮 12시 40분경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과정에서 또다시 시위대와 전·의경이 격렬하게 충돌해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의경 4명이 발목과 얼굴 등을 다쳤고 시위대도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맞아 눈 밑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당해 전남농민회 소속 권모(43) 씨 등 6명이 119구급차에 실려 서귀포의료원으로 후송됐다.

서귀포=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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