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배’로 배불린다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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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배를 수출하면서 한국산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기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Korea Pear’, ‘韓國 신  고배’ 등의 글씨가 적힌 중국산 배       상자. 사진 제공 농협중국사무소
중국이 배를 수출하면서 한국산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기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Korea Pear’, ‘韓國 신 고배’ 등의 글씨가 적힌 중국산 배 상자. 사진 제공 농협중국사무소
중국이 배를 수출하면서 한국산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기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Korea Pear’, ‘韓國 신  고배’ 등의 글씨가 적힌 중국산 배       상자. 사진 제공 농협중국사무소
중국이 배를 수출하면서 한국산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기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Korea Pear’, ‘韓國 신 고배’ 등의 글씨가 적힌 중국산 배 상자. 사진 제공 농협중국사무소
세계 최대 배 생산국인 중국이 배를 수출하면서 ‘한국 배’ ‘대전 배’ ‘황금 배’ 등 한국산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기를 포장지 겉면에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한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배 때문에 진짜 한국산 배가 수출시장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보가 22일 입수한 농협 중국사무소의 ‘중국 배 산업 현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수출기업들은 ‘한국 배’ 등의 스티커를 붙인 중국산 배를 한국산 배보다 훨씬 싸게 수출하고 있었다.

○대만인농장 배도 ‘KOREA’ 표기

중국이 수출하는 배들은 한국에서 들여온 배 묘목을 산둥(山東), 허베이(河北) 성 등지에 심어 수확한 것들이다.

생산자는 △한국 기업이 출자한 농장 △중국 정부가 경영하고 한국인이 기술 지도만 하는 농장 △대만 및 홍콩 기업이 출자 및 경영하는 농장 등 다양하다.

중국 수출입화물 원산지 조례에 따르면 2개 이상의 국가가 생산에 참여한 농산물에는 최종 생산지가 원산지로 표기된다. 한국에서 묘목을 들여왔어도 배가 출하된 곳이 중국이면 중국산인 것.

하지만 중국 수출기업들은 한국산이라고 하면 가격을 보통 중국산보다 60%가량 높여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허위 표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이나 대만인이 경영하는 농장에서 나온 배를 수출할 때는 상자 겉면에 ‘한국’ ‘한인’ ‘Korea’ 등의 글씨를 큼지막하게 쓴다.

한국인이 생산한 배를 넣는 상자에는 ‘황금’ ‘신고’ 등 품종명과 ‘대전’ ‘문경’ 등 지역명을 한글로 적고 있다.

이렇게 포장된 중국산 배는 캐나다에서 5kg당 10∼13달러 선에 팔린다. 비슷한 품질의 한국산 배 가격(5kg당 21∼28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서 가져온 묘목 대거 보급 탓도

농협 중국사무소는 최근 산둥, 허베이 성 일대 시장조사 결과 중국이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배 수출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에서 황금, 감천, 화산종 등 한국에서 육성된 배 품종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후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과수농가들은 한국에서 가져온 배 묘목을 중국 농가에 파는 대가로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는데 이때 한국 묘목이 대거 보급된 것.

중국의 배 수출 금액은 지난해 1억23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1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원산지표시 요청 外 단속 어려워

중국에서 배를 수출할 수 있는 기업은 산둥, 허베이, 쓰촨(四川) 성에 있는 3개 기업뿐이다. 원래 이들 기업은 중국 정부가 정한 일정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배만을 수집해 수출해야 한다.

하지만 농협 조사에 따르면 허베이 성에 있는 B업체는 산둥 성에서 생산되는 배까지 사들여 수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김영만 농산물유통국장은 “중국 정부에 원산지 표시 단속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이지, 한국 정부가 직접 단속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창식 농협 중국사무소장은 “한국 농가가 보유한 재배기술에 대해 특허를 내고 신품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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