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구택 회장 “대우조선 인수? 하하, 관심있죠”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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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이구택(60·사진) 포스코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神話)’다. 1969년 공채 1기로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올랐다.

2003년 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언론과의 개별적 접촉을 극히 꺼린다. 제대로 격식을 갖춘 공식 인터뷰를 한 적도 없다.

그런 이 회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제20회 인촌상(산업기술부문) 수상자 선정이 계기였다.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인촌상 수상을 정말 영예롭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인터뷰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이 회장은 포스코를 세계 철강업계를 주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

○ “국제 인수합병(M&A)에 관심 있다”

세계 철강업계는 요즘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6월에는 1위인 미탈스틸이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하면서 연간 조강 생산량이 1억 t이 넘는 공룡기업이 탄생했다. 포스코는 미탈스틸-아르셀로와 신일본제철에 이은 세계 3위의 철강업체다.

“과거 2, 3년 단위로 돌아가던 철강업계의 변화 주기가 최근에는 3개월의 분기 단위로 짧아졌어요. 빠른 변화 속에서 각 회사는 방향을 잡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국내 철강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세계시장을 겨냥해 M&A로 규모를 키우고 국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도 M&A에 나설 겁니다. 지금 노력하고 있습니다. 1차 타깃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철강업체입니다. 현재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M&A 주체로도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포스코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된 기업은 주가가 치솟아 ‘포스코 효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철강회사와 조선회사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물었다. “이런 영어 표현이 있죠. ‘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만 할게요. 하하.”

○ “일관 제철소 세우는 현대제철은 위협적”

이 회장은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자 위기의 시기로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철강업계는 미탈스틸-아르셀로 합병 이외에도 △중국의 급성장 △원자재 가격 급등 △인도 브라질의 자원민족주의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의 세계로 빠져 들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제철이 2010년을 목표로 용광로를 가진 일관(一貫)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유일한 일관제철소 업체이던 포스코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업을 할 때 국내만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지만 현대제철은 가까이 있기에 더욱 위협적인 게 사실입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 회장은 올해 하반기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가 하향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일본제철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도요타처럼 한 업종에만 주력하는 유형과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유형이 있습니다. 포스코는 전자(前者)가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철강부문을 주요 파트로 지속하되 마그네슘, 발전용 전기 등 앞으로 성장할 사업에 씨를 뿌리는 식으로 투자할 겁니다.”

“내년초 세계 첫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할 것”

○ 박태준 명예회장과의 관계

포스코 건설의 주역이었던 박태준(79) 명예회장은 ‘포스코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회장도 정기적으로 전화로 문안 인사를 한다. 심장 부위에 난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박 명예회장은 현재 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올해 7월 포스코 포항 본사가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들에게 점거됐을 때도 박 명예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설계 재무 등 각 분야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습니다.”

포스코는 내년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세계 철강업계가 지난 100여 년간 사용해 온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성공 단계를 지나 원가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독창성을 발휘해 포스코를 세계 철강업계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기업으로 키워 나갈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구택 회장은…

△1946년 경기 김포 출생 △1964년 경기고 졸업 △1969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1969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공채 1기 입사 △1994년 포항제철소장 △1998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2003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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