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뜨거운 가슴과 만나고 싶다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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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프랑스 남부 론 지방으로 와인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레드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곳이죠.

이곳에서 가슴에 심장 대신 양조장이 들어 있다는 샤토 주인 미셸 씨를 만났습니다. 어느새 와인도, 대화의 소재도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8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는 이 프랑스인은 멀리서 찾아온 한국 기자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요. 그는 “삼성 애니콜이 좋다” “LG TV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12월엔 디자인 취재차 필리핀, 홍콩, 태국을 찾았습니다. 현지 디자이너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삼성 LG 현대차가 빠르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쭐했던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다국적 브랜드 조사회사 ‘안홀트-GMI’는 올 2월 35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25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순위죠.

최근 국내의 한 단체가 실시한 국가 이미지 조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이미지에 대해 ‘분단국가’(42%), ‘한류’(24%), ‘IT·정보화’(22%)의 순으로 답했습니다.

코리아(Korea)라는 국가 브랜드와 우리 기업의 브랜드 사이에는 분명 ‘벽’이 존재합니다.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합니다.

브랜드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브랜드라는 말이 지겨울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브랜드를 ‘0.6초의 유혹’이라고 했죠.

미셸 씨의 ‘가슴’을 빌려 표현해 보죠. 브랜드는 순간의 유혹이 아니라 고집과 열정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믿습니다.

브랜드 섹션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뜨거운 가슴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갑식 특집팀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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