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美 ‘해밀턴 프로젝트’ 판권 사들여 번역 수천권 배포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코멘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에서 발간된 ‘해밀턴 프로젝트’의 한글 번역본인 ‘해밀턴 프로젝트: 기회와 번영, 성장을 위한 경제전략’을 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4월 발간한 ‘해밀턴 프로젝트’는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참여해 만든 미국 경제 및 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구상. 청와대는 이 프로젝트의 내용이 참여정부의 동반성장 전략과 유사하다고 주장해 왔다.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실은 해밀턴 프로젝트 내용을 4월 말경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곧바로 KDI에 번역을 의뢰했다.

KDI는 브루킹스연구소로부터 판권까지 사들여 완역(完譯)본과 원문,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을 담은 157쪽 분량의 책자 수천 권을 주요 기관, 학교, 연구소, 기업 등에 배포했다.

이 책자는 ‘큰 정부와 작은 정부’ 등 비생산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동반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초(超)당파적인 합의를 도출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DI가 30쪽 분량으로 쓴 ‘정책적 시사점’ 부문에서 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제안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해밀턴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교육투자와 인적자원 확충 △혁신과 인프라 △미래불안 해소(저축과 사회보험)를 통한 개인의 경제적 안정성 강화 △정부 효과성 제고 등 4가지 정책 제안 항목별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상세히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 책자를 접한 경제전문가들은 “거의 정부 정책 홍보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교수는 “현 정부의 동반성장 전략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으며 이제는 액션을 보여 줬으면 한다”며 “서민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언제까지 동반성장 전략 홍보만 하고 있을 거냐”고 일침을 놓았다.

책자 발간을 총괄한 KDI 문형표 연구위원은 “해밀턴보고서를 국내에 알리자는 취지”라면서 “동반성장 전략이 세계의 공통적 화두라는 점을 발견하고는 반가웠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