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2억6600만원 ‘벤츠 S600’ 타보니…급커브서도 편안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 신형 벤츠 S600(사진)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 W아파트 21평형의 공통점은?

가격이 2억6600만 원으로 같다. 하지만 유지비는 하늘과 땅 차이다.

부(富)와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는 S600은 등록세와 취득세 외에도 보험료 등 3000만 원을 더 내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중고차 시세가 3년 뒤면 새 차의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달 감가상각비만 369만 원. 자동차세와 연료비까지 포함하면 한 달 평균 유지비는 500만 원에 가깝다.

이렇게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이 차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편안한 승차감과 엄청난 가속력, 뛰어난 안전성은 기본이고 벤츠 최고 등급의 차를 탄다는 만족감이 이 차를 선택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기자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전문장비로 측정한 결과 5초(제원상으로는 4.6초)가 나왔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셰 카레라S의 실제 측정치와 같은 수치다. 시속 200km도 17초 만에 도달했다.

차체의 쏠림을 줄여 주는 여러 가지 첨단장치 덕분에 급커브가 많은 서울 북한산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도 신기할 정도로 몸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뒷좌석에 옮겨 앉으니 조용한 응접실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기분과 비슷해 저절로 졸음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차라도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생각보다 타이어 소음도 제법 실내로 들어오고 시속 100km를 넘어서자 바람소리도 조금씩 들렸다. 간혹 변속충격도 발생한다.

방향지시등의 소리는 실내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가볍게 똑딱거렸고,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한글화되지 않은 차량 컴퓨터 메뉴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2003년식 S600을 3년째 몰고 있는 A 씨는 신형 S600을 타보고 “실내외가 세련되고 몇 가지 전자장비가 추가된 것 말고는 구형보다 나아진 것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S600은 이제 기계적인 완성도에서는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S600은 최고의 자동차이기는 하지만 단점도 안고 있는 기계에 불과할 뿐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천상에서 내려온 ‘영물(靈物)’은 아니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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