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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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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1∼6월) 내내 주식시장을 압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보고에서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물가 상승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통화 당국은 경기 과열로 인한 물가상승을 염려해 2004년 6월 이후 1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해 왔다. 금리가 오르면 돈 빌리기가 힘들어져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와 증시는 대체로 가라앉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멈추기를 기다리던 세계 주식시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일제히 상승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승 반전 계기 될 것”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2%가량 동반 상승한 데 이어 20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급등했다.
버냉키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증시가 기다리던 호재라는 해석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 증시가 침체한 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올 하반기(7∼12월) 세계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며 “이로써 금리 부담이 없어지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하반기 증시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증권 서울지점 안승원 전무는 “세계 경기가 당장 상승세를 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 시중 유동자금은 은행 증권 건설업종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결과 기다려야”
그러나 ‘버냉키 발언’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지적도 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버냉키 의장이 ‘경제가 변하는 모습에 따라 금리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관적인 시각만 넘쳐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금리정책을 결정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센터장은 “물가 불안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8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린 다음 인상 행진을 멈출 것 같다”며 “금리가 안정되면 정보기술(IT) 업종의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 정책보다 기업 실적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꾸준한 실적을 내 세계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전무도 “기업 실적이 아주 좋지도 않고,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닌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하반기는 상반기에 떨어진 주가를 만회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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