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2700만주 기관에 장외 할인 매각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26일 장 초반 투자자의 관심은 하이닉스반도체로 쏠렸다. 개장 전 장외에서 하이닉스 채권단이 매각 대상 구주(舊株) 4300만 주 가운데 국내 기관에 배정된 2700만 주를 23일 종가(2만7100원)에서 2.2% 할인된 2만6500원에 매각했기 때문. 나머지 구주 1600만 주는 해외 주식예탁증서(GDS)로 발행해 처분할 예정이다. 장이 열리자마자 하이닉스는 크게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주식 거래를 하다보면 이처럼 종종 ‘블록 딜’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블록 딜은 많은 양의 주식을 장외에서 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 등에 넘기는 거래. 장내에서 팔면 주가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블록 딜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개인투자자는 해당 종목을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 유통물량이 늘어날 가능성 높다

블록 딜은 대체로 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가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있지만 유통 주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때 이뤄진다.

주식을 가진 쪽에서 블록 딜을 결정하면 이 물량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에 원하는 가격과 물량을 제시한다.

주식을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의 가격이 거의 일치하는 선에서 블록 딜의 가격이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준일 종가보다 2∼5% 싼 가격이다.

블록 딜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의 전략은 다양하다.

먼저 장기투자자는 어차피 편입할 종목을 좀 더 싼 가격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있다. 할인된 가격만큼 차익만 챙기고 파는 것. 이럴 땐 유통 물량이 늘어나 주가에 부담이 된다.

대차(貸借)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도 있다.

하이닉스 주식을 이미 많이 갖고 있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이들은 굳이 블록 딜에 참가해 물량을 더 늘리는 것보다 물량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게 낫다.

주식을 빌린 투자자는 자신이 예상하는 블록 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한다. 이후 블록 딜에 참가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 뒤 빌린 주식과 이자를 돌려주면 된다. 대차거래도 유통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랜드마크투신운용 고희탁 주식운용팀장은 “블록 딜이 있다고 하면 일단 유통 물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기업 상황이 서로 달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주가 영향은 고차원 방정식

일반적으로 블록 딜을 하는 종목은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주식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문성복 대리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참여해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지금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처럼 채권단이 매각할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 있으면 물량 부담 때문에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 어렵다. 이런 경우 블록 딜이 성공리에 끝났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에 대한 블록 딜도 종종 있다. 당초 장기 보유할 목적으로 블록 딜에 참가했던 투자자라도 주가가 폭락하면 원금만 챙기는 선에서 팔기도 한다.

대차거래도 단기 시세에 영향을 준다. 만일 갚아야 할 물량보다 블록 딜을 통해 확보한 물량이 적으면 시장에서 추가로 사들여 돌려줘야 한다. 이때는 대체로 주가가 오른다. 반대로 빌린 물량보다 블록 딜을 통해 확보한 물량이 많으면 시장에 내다팔기도 한다. 이때는 대체로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블록 딜 자체로만 보지 말고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장기 전망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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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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