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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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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이 1000원이던 시절에는 하루 한 갑을 피웠다. 하지만 그의 주머니 사정은 날이 갈수록 오르는 담뱃값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곽 씨는 결단을 내렸다. 이른바 ‘흡연 비용 총량 일정의 법칙’. 가격이 어떻게 되든 하루에 1000원씩만 흡연에 투자하겠다는 원칙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담뱃값이 2000원일 때는 하루 반 갑을, 2500원인 지금은 하루 8개비 정도만 피우고 있다. 비록 흡연량은 줄였지만 담배 한 갑 값이 2만 원을 넘지 않는 한 금연할 생각은 없는 셈이다.
곽 씨의 사례는 담뱃값 인상과 담배 소비 간의 복잡한 함수 관계를 보여 준다. 담뱃값 인상은 담배 소비량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흡연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재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담뱃값과 담배 소비의 상관 관계가 주된 쟁점이다.
○ “가격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5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법안의 통과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있을 임시국회에서 논의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한 담뱃값 인상은 두 차례 있었다. 2002년에는 시중 담배 가격이 평균 200원씩 올랐고 2004년 12월에는 일률적으로 500원씩 인상됐다.
정부는 가격을 올릴 때마다 국민의 흡연율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앞으로도 추가 인상을 얼마든지 추진할 기세다. 금연 캠페인, 담배회사 광고 제한 등 ‘비(非)가격 정책’으로 흡연율을 줄이는 것은 이제 어렵다는 판단 때문.
복지부 보건정책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외국과 비교해 봐도 턱없이 싸다”며 “가격 인상으로 지금까지 엄청난 흡연율 저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금연 운동을 하는 각종 시민단체도 이런 정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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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인받은 연구결과 아직 없어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담뱃값뿐 아니라 2002년 ‘이주일 신드롬’, 흡연 제한 법령 등 담배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 많아 상관 관계를 제대로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측은 “자동차가 배기가스를 배출한다고 해서 자동차의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당장의 세수 확보를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KT&G도 “정부 정책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흡연율이 떨어지는 것은 매년 1월이 되면 금연 결심을 하는 흡연자가 많아지는 ‘연초(年初) 효과’와 참살이(웰빙) 트렌드 때문이라는 논리다.
거듭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와 관련해 공인 받은 연구 결과는 없다.
한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복근 기획부장은 “담뱃값 인상이 판매량과 흡연율을 낮췄다는 외국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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