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사전영장]28년전엔 아버지 대신 감옥행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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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8년 만에 다시 구속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정 회장은 197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의 책임을 지고 부친인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를 대신해 구속된 적이 있다. 그는 이번에는 “아들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한국도시개발(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던 1978년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과 관련해 부친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정 창업주는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해 처벌을 면했지만 대신 ‘총대’를 멘 정 회장은 뇌물 수수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75일 동안 구금됐다. 이후 1981년 대법원에서 뇌물죄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건축법 위반에 대해서만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정 회장은 2000년 3월 당시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다시 시련을 겪었다. 정 회장과 동생인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간의 갈등이었으나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에는 불법 대선자금 전달 의혹을 받았으나 김동진 총괄부회장이 책임을 지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당시 정 회장은 검찰 소환이나 사법 처리는 되지 않았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계열 분리 후 현장 및 품질을 중시하는 리더십과 뚝심으로 그룹을 재계 5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현대차그룹의 급성장은 미국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 보증제도’ 실시와 같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정 회장의 결단과 추진력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정 회장이 겪은 지난 몇 차례의 ‘시련’보다 더 가혹할지 모른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정 회장 개인의 고통일 뿐 아니라 자칫 현대차그룹이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힘들게 구축해 온 이미지와 명성에 심각한 흠집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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