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만두’ 코스닥에 서다…취영루, 작년 336억 최대매출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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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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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드라마와 같은 반전이었다.

2년 전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만두 파동이 일어났을 때 주요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내며 외롭게 싸웠던 만두회사 취영루. 이 회사가 극적으로 재기해 당당히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취영루는 14일 통신판매업체인 씨앤텔과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우회 등록했다고 밝혔다.

비록 우회등록이지만 국내 물만두 업계 1위 업체인 취영루는 코스닥 등록기업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36억 원, 순이익 18억 원을 올렸다.

취영루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04년 6월 이른바 ‘불량만두 파동’ 때였다.

당시 경찰은 만두소로 사용되는 단무지를 비위생적으로 만든 한 업체를 잡아들였고 그 만두소가 전국 유명 만두업체에 공급됐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대표적인 ‘서민의 음식’으로 꼽히는 만두에 불량 재료가 들어갔다는 소식에 극단적인 비난이 인터넷에 나돌았다.

취영루 박성수 사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현충일에 TV를 보다가 그 소식을 들었어요. 다음날 직원들한테 ‘우리는 위생에 더욱 신경 쓰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불량 만두소를 사용한 업체를 발표했는데 우리 회사 이름이 들어가 있더군요. 암담했습니다.”

취영루는 당시 물만두만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불량 만두소인 단무지는 군만두에만 들어가는 재료.

취영루는 즉각 주요 일간지 1면에 광고를 실었다. ‘취영루 만두에서 단무지나 무 성분이 나오면 회사 문을 닫겠습니다’라는 비장한 내용이었다.

박 사장은 며칠 동안 밤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취영루의 결백은 곧 입증됐다.

그러나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만두 시장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하루 2억 원어치의 반품이 쏟아졌고 이것을 폐기하는 비용만 수억 원이 들었다. 박 사장은 “3개월 동안 입은 손해가 100억 원이 넘었다”고 말한다.

취영루는 성실한 노력으로 이 위기를 탈출했다.

전 직원이 12시까지 남아 하루 수백 통씩 걸려오는 항의전화를 친절하게 받았고 결백을 설명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천 건의 비난 글에 일일이 정중한 해명 댓글을 달았다. 회사가 어려웠지만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만두의 제조 유통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생산 이력시스템’을 갖추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나갔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개가를 올렸다.

박 사장은 “모든 직원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며 “어려울 때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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