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론스타와 비밀 매각협상…정부에 협의내용 알려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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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3일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이 스티븐 리 당시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에게 보낸 편지 사본. 전날 스티븐 리 대표가 외환은행 매입 협상 조건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에 유감을 표시하는 편지를 보내온 데 대한 답신이다. 사진 제공 KBS
2003년 4월 3일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이 스티븐 리 당시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에게 보낸 편지 사본. 전날 스티븐 리 대표가 외환은행 매입 협상 조건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에 유감을 표시하는 편지를 보내온 데 대한 답신이다. 사진 제공 KBS
미국계 사모 투자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매각협상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외환은행은 또 그해 3월 이전부터 론스타와 비밀 매각협상을 벌였으며 협상 내용을 극소수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알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KBS가 입수한 2003년 외환은행과 론스타 사이에 오고간 편지들에 따르면 이강원(李康源) 당시 외환은행장은 스티븐 리(해외도피) 전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에게 4월 3일자 편지에서 “론스타의 실사를 진행하기 위해 협의 내용을 극소수 정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하루 전인 4월 2일 스티븐 리 전 대표가 “외환은행 매입협상 조건이 한국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된 데 놀랐다”며 보낸 유감의 편지를 보낸 데 대한 답장이었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으로 미뤄 정부 고위 관리들과 외환은행이 2003년 3월 이전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2003년 6월부터 본격화된 외환은행 주식 매각 가격 협상에도 일정부분 간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론스타는 총 1조750억 원을 들여 외환은행의 신주를 주당 3700원, 구주를 4500원에 사겠다는 뜻을 6월 16일 편지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이강원 전 행장은 6월 23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격조건 등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이어 7월 3일 “대주주 및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신주 4465원, 구주 5500원을 제시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론스타에 보냈다.

결국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조건은 7월 25일 신주 4000원, 구주 5400원으로 확정됐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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