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거로 말하겠다” 자신감…현대차 수사 ‘가속페달’ 예고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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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경호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지 엿새 만인 8일 오전 5시경 임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현대차그룹 임직원 200여 명이 나와 정 회장을 겹겹이 에워싸며 ‘밀착 경호’했다. 인천=강병기 기자
밀착 경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지 엿새 만인 8일 오전 5시경 임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현대차그룹 임직원 200여 명이 나와 정 회장을 겹겹이 에워싸며 ‘밀착 경호’했다. 인천=강병기 기자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귀국함에 따라 정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의 사법처리 시기와 수위가 주목된다.

정 회장은 8일 귀국하면서 비자금에 대해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증거로 말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부자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사법처리 수위와 그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다.

▽정 회장 부자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구속될 수도=검찰은 정 회장 부자의 소환과 관련해 “단순 참고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는 말은 피의자 신분이라는 뜻. 따라서 정 회장 부자가 어떤 식으로든 범죄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지는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정 회장 부자의 형사 처벌 수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아직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굉장한 성과’를 얻었다고 검찰이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을 고려한다면 정 회장 부자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 부자 중 최소한 한 사람에 대해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느냐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 회장 부자 가운데 누가 더 무거운 책임을 질 것인지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부자에 대한 소환 조사는 다음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蔡東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이번 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소환되는 순서에서는 정 사장이 그룹 회장인 정 회장보다 먼저 소환돼 조사 받을 가능성이 크다. 채 수사기획관은 “최종 책임자를 마지막에 소환하느냐”는 질문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 부자는 한 차례 이상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 수사기획관이 “꼭 한번만 불러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 게 이런 맥락이다.

▽“지나가다 악수하는 정도” vs “악수는 아무하고나 하나”=정 회장은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금융브로커 김재록(金在錄·46·구속) 씨와의 관계에 대해 “이름만 알고 있었고 지나가다 악수 정도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 수사기획관은 “악수는 아무하고나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아는 사람이니까 악수를 하는 거지 지나가는 사람 아무하고나 악수하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정 회장과 김 씨는 ‘악수하는 정도’ 이상의 관계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김 씨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구개발(R&D)센터 증축 인허가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에서 로비 자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또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전략과 관련된 보고서를 현대차그룹 핵심부에 전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씨는 2000년 현대그룹의 후계구도 갈등인 ‘왕자의 난’ 이후 정 회장에게 전직 경제 관료를 소개해 주면서 정 회장의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사업 확장과 경영권 승계 등에 개입해 조언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김 씨를 견제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소문이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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