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고부가油 생산 ‘지상의 油田’을 만들어라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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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고도설비 시설 확충을 위해 대거 투자에 나선다. 고도설비는 값싼 중질유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뽑아 내는 고부가가치 시설이다. 울산에 있는 SK㈜의 고도설비 시설. 사진 제공 SK㈜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고도설비 시설 확충을 위해 대거 투자에 나선다. 고도설비는 값싼 중질유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뽑아 내는 고부가가치 시설이다. 울산에 있는 SK㈜의 고도설비 시설. 사진 제공 SK㈜
《“고도설비를 확충해 올해 국내 투자 분위기를 주도하겠다.”(정유업계) “사업 다각화로 한국 기간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겠다.”(석유화학업계) 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의 빅4 정유업체가 올해 고도설비 투자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고도설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 값싼 벙커C유(중질유)를 다시 휘발유, 경유 등으로 바꿔 주는 시설이다. 품질이 낮은 중질유를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지상(地上) 유전’이라고도 불린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원유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친환경시설이어서 모든 정유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이에 뒤질세라 석유화학업계는 정보기술(IT) 소재 사업과 신(新)에너지 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로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정유 빅4, 고도설비시설 투자 다걸기

고도설비 투자에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GS칼텍스. 이미 전남 여수시에 부지를 확보하고 중질유분해탈황시설(HOU)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이 2007년 말 완공되면 GS칼텍스의 고도시설 1일 처리능력은 현재 9만 배럴에서 14만5000배럴로 껑충 뛰게 된다. 총 공사비만도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다.

울산시에 고도시설 2기를 보유한 SK㈜도 3차 중질유분해시설(FCC)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최태원 SK㈜ 회장이 “이번 고도설비 사업의 성공은 수익창출 시기를 얼마나 앞당기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도설비 프로젝트 추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3차 FCC가 완공되면 SK㈜의 고도설비 1일 처리능력은 10만1000배럴에서 17만1000배럴로 확대된다.

고도설비 투자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에쓰오일도 올해 창립 30돌을 맞아 설비 증설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고도설비 시설 규모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현대오일뱅크도 조만간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도설비시설… 미래를 위한 투자

정유사 빅4가 이처럼 앞 다퉈 고도설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세계 석유제품 시장에서 휘발유와 같은 경질유 제품과 중질유 제품의 가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경질유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제시설은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정유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고도설비를 100% 가동해도 왕성한 석유제품 수요를 채울 수 없어 추가 투자에 열 올리고 있는 것

고도설비가 전통적인 내수(內需) 업종이었던 정유업을 수출업종으로 변신시키는 데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정유업체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30%는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정유업체들은 한 해 매출의 절반을 수출로 채우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는 사업다각화 한창

중국과 중동의 추격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석유화학업계는 IT나 신에너지 사업 등 사업다각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찌감치 정보전자 소재 쪽으로 눈을 돌린 LG화학은 2차전지와 액정표시장치(LCD)의 편광판 등 부품소재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도의 화학반응의 결정체인 전지와 석유화학업체의 기초화학기술이 연관성이 있는 데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휴대용 IT 제품이 늘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재 15% 수준의 정보전자소재 분야의 사업비중을 2010년에는 28%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00년 섬유 부문을 떼어낸 삼양사도 전기·전자부품에 사용되는 첨단소재 제조회사로 변신 중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연 생산량 1만 t 규모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공장을 지은 것도 이 같은 변신의 일환이다.

코오롱은 광학성 필름과 프리즘 필름 등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이제는 ‘섬유업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 이 회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도 완료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섬유업계의 라이벌인 효성도 그동안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섬유사업 부문에 집중해왔으나 앞으로 IT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디스플레이 소재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SK㈜ 신헌철 사장…새로운 유망 광구 계속 발굴해 나갈 것▼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신헌철(사진) SK㈜ 사장에게 지난해는 남다른 한 해였다.

매출액 21조9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과 더불어 수출액도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석유 개발사업에서도 예멘과 페루 가스전의 장기 판매계약 체결 등으로 생산량이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신 사장은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석유개발 사업은 기업의 역량에 따라 무한한 가치 창출이 가능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현재까지 확보된 광구에 이어 새로운 유망 광구를 계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K㈜는 전 세계 12개국 19개 유전 및 가스전에서 생산 및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0년까지 하루 10만 배럴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신 사장은 “지난해 인천정유 인수를 계기로 올해 중국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중국 정부가 기간산업인 석유 산업을 정책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조금씩 시장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현재 3조 원가량인 대(對)중국 수출을 2010년에는 5조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GS칼텍스 허동수 회장…가스-전력 등 신규사업에도 적극 투자▼

“10년 안에 아시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에너지 기업이 되겠습니다.”

GS칼텍스는 1967년 국내 최초의 민간정유회사로 출발한 이래 사업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허동수(사진) GS칼텍스 회장은 “최근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도시가스, 전력, 유전개발,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석유사업 분야에서 고도시설의 신규 건설을 예로 들었다. 현재 기본 설계단계에 있는 제2중질유 분해탈황시설이 내년에 완공되면 고도화비율이 국내 최대 규모 수준으로 올라선다.

허 회장은 또 “유전개발사업 역시 미래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라며 “현재 탐사작업 중인 캄보디아 해상유전에서 양질의 원유를 잇달아 발견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 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광구에 대한 지분 참여도 결정한 바 있다.

허 회장은 “중동과 동남아 등 주요 전략지에서도 추가 탐사사업을 진행해 2010년까지 회사 원유 도입량의 10%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 남영선 사장…해외기업 인수 포함 글로벌 경영 박차▼

“동남아시아의 화약 제조업체 인수를 검토하겠습니다.”

남영선(사진) ㈜한화 사장은 “한화는 올해를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확충하는 해로 선언했다”며 “그룹 성장을 위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기업 인수도 가능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일류기업으로 가기 위한 ㈜한화의 올해 노력은 화약과 무역 등 두 사업 부문에서 이뤄질 예정.

남 사장은 “㈜한화 화약부문은 세계 시장 진출에 필수 요건인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 진출 역량과 영업활동을 강화해 수출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동남아의 화약 업체 인수도 이 지역의 산업용 화약 시장 진출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또 “기존 중국에만 치중하던 수출 전략을 다변화할 계획”이라며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PVC) 등 화학제품들을 앞세워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는 물론 러시아와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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