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 앞에선 ‘현대·기아차의 경영권 승계’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총수 일가를 정면으로 조준하기 시작하면서 정몽구 회장에서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대기업 오너들은 어떻게 하면 법적인 문제와 사회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지를 고심해 왔다.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속전속결로 후계 구도를 정립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그룹에 비해 속도가 너무 빠르고 눈에 드러나는 방식을 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잇달아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 오너들의 ‘편법 상속’ 논란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현행 상속세법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완벽하게 투명한 방식으로는 정상적인 경영권 승계가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세 가지 경영권 승계 유형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주식 관련 유가증권을 이용한 것으로 삼성그룹 방식이다. 삼성에버랜드 등 비(非)상장 계열사들이 CB, BW를 발행해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를 비롯해 삼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인수하도록 했다.

주식 전환가격이 낮아 오너들의 자금 부담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저가 발행에 대한 사회적 반발 여론이 워낙 거세 두산, CJ그룹의 오너들은 주식행사 권리를 포기할 정도였다.

두 번째는 오너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비상장 회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들이 이 회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돈을 많이 벌면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K C&C의 대주주이고 SK C&C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최대 주주다.

시스템통합(SI) 회사인 SK C&C는 총매출액의 70%가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 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세 번째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시장에서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이 방식을 사용했다. 투명하지만 오너의 자금 부담이 크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현대차는 어떻게 했나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의 주가가 너무 높아 정의선 사장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 엠코 본텍 등 비상장사를 설립하고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가 매출을 몰아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된 자동차 운송 전문회사로 조립용 부품 수출과 중고차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갔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01년 1985억 원에서 2005년 1조5408억 원, 순이익은 65억 원에서 799억 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액의 80% 이상이 현대차 등 계열사에서 발생한다.

2002년 설립된 엠코는 건설회사로 2004년 매출액은 4138억 원, 순이익은 280억 원인데 계열사 매출액이 98%를 차지한다. 올해 2월 현대오토넷에 합병된 본텍은 자동차 부품 회사인데 2005년 매출액 3330억 원 가운데 91%가 계열사 물량이다.

정의선 사장은 지난해 시장에서 기아차 지분 2%(약 1075억 원)를 사들였는데 대금은 본텍 지분 30% 매각(570억 원)과 각종 배당금 등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사에서 번 돈으로 주력 상장사 주식을 사는 방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기아차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종가 기준 정 사장의 글로비스 주식 평가액은 4543억 원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현대차 방식의 경영권 승계도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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