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7명 중 30명이 장애인’ 씨피엘의 성공스토리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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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중학교 때 사고로 한쪽 발을 잃었습니다. 커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 문턱에서 쫓겨났습니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데…”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손발이 없어도, 성실 하나만으로 그들은 훌륭합니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중소제조업체 ㈜씨피엘.

이 회사의 직원 37명 중 30명은 장애인이다. 절반가량은 손, 발이 아예 없거나 시력을 잃은 중증(重症)이다.

하지만 씨피엘은 지난해 무역의 날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다. 주 생산품은 1회용 주사기와 자동차 타이어 덮개. 올해 매출 목표는 60억 원에 이른다.

이 회사 김정록(55) 사장은 “장애인들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해 ‘100만 달러 수출탑’ 받아

23일 이 회사 공장에서는 한창 주사기 포장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들 몸이 한쪽씩 불편한 처지이지만 공정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몸이 불편한 직원은 기계 작동이나 품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고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은 직접 생산 공정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김 사장도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낀 장애인이다. 중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취직을 하려 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차례 입사를 거절당했다”고 했다.

2000년 그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운영해 온 물류회사가 자리를 잡자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꿈을 실천한 것.

물론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대부분 “장애인들이 만드는 것을 어떻게 대기업에서 쓸 수 있겠느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럴수록 김 사장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기업 구매 담당자들에게 “그들에게도 일자리를 줘야 한다”며 부지런히 설득했다. “두고 보십시오. 그들은 일반인보다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생산성으로 증명하다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출퇴근하는 방법부터 직무 규정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하나같이 근면 성실하다는 사실을 김 사장은 깨닫게 됐다.

권태익 관리부장은 “직원들이 일반인에 비해 꼼꼼하고 지시사항에 잘 따라 준다”며 “교육을 맡아 하다 보니 ‘안 되는’ 장애인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담이 되는 직무는 두세 가지로 쪼개 맡겼다. 또 장애의 종류에 따라 직원들을 각각 다른 일에 배치해 생산성 저하를 줄였다. 훈련을 계속하니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을 만큼 효율이 올랐다.

특히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직장 분위기가 좋은 것이 큰 보탬이 됐다.

김 사장은 “직장에서 홀로 장애인일 때보다 여럿이 함께 일하니 직원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기숙사를 지어 출퇴근 부담도 덜어 줄 생각이다.

장애를 지닌 직원들이 직장에서 제 몫을 하면서 가족들의 고통도 한층 줄어들었다.

김 사장은 “정신 장애를 가진 직원의 부모가 ‘드디어 우리 가족도 10년 만에 외출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자동차용품 납품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지난달에는 대한병원협회와 주사기 판매 협약을 맺었다.

○아직 환경 열악한 ‘장애인 기업’도 많아

최근 중소기업청은 씨피엘을 장애인이 창업한 기업의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안정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중소기업청이 ‘장애인 기업 활동 촉진법’의 시행에 즈음해 이달 장애인 창업 기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평균 상시 종업원은 2.18명, 연평균 매출액은 1억6000만 원에 불과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셈이다.


(주)씨피엘 김정록 사장(작은 풍선 안)과 직원들.

안산=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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