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군단’ 삼성 법무실 역할 어떻게 바뀔까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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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팀과 함께 삼성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법무실이 구조조정본부로부터 분리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실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각종 소송을 주도하면서 ‘반 삼성’ 정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 왔기 때문에 그 일로 구조본 밖으로 ‘방출’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7일 회견에서 “법무실이 구조본 소속이다 보니 그룹 방침을 전파하는 기능을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며 “앞으로는 계열사의 경영관련 법률 자문에 충실하고 투명경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법무실의 위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삼성 법무실은 그동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공정거래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등을 주도해 왔다. 모두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들이다.

삼성이 법무실을 확대하면서 공들여 스카우트한 법조인들은 대부분 거물급 판검사 출신으로, 일반적인 경영 자문에 응하기에는 ‘그릇이 넘치는 것 아니냐’는 평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종왕 실장을 포함한 법무실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법조계 전반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이 실장이 삼성이 목표로 하는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에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 확고한 수뇌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있다. 역할도 크게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Y법무법인 L 변호사는 “삼성그룹과 관련한 크고 작은 법률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고, 법무실 구성원 대부분이 거물이기 때문에 분쟁 해결 조율에 있어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법무실이 구조본에서 분리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직접 지원하는 데에는 다소 부담이 될 전망이다. 법무실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지배구조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예전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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