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물건에 숨 불어넣어 필요한데 파는 게 商社맨”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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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죽은 물건에 상품이라는 ‘숨’을 불어넣는 일이 상사(商社)의 영업맨들이 하는 일입니다.”

현대종합상사 전명헌(64·사진) 사장은 30년 넘게 각국을 누비며 잔뼈가 굵은 정통 영업맨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현대상사 본사에서 만난 그는 앉자마자 “비즈니스는 결국 영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서울시의 신(新)교통시스템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것은 ‘모든 것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영업 철학을 대표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쿠알라룸푸르의 교통체증은 세계에서도 악평이 나 있죠. 그런데 지난해 그곳에 사업차 갔다가 문득 서울시의 교통시스템을 팔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전 사장은 작년 7월 귀국하자마자 서울시로 달려갔다. 처음엔 수출 가능성을 의심하던 서울시 직원들은 전 사장의 설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떼다가 되파는 전통적 비즈니스에서 상사는 늘 상대방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전 사장은 상사의 운명도 바꿨다. 현대상사는 지난해 6월 중국의 조선소(칭다오현대조선)를 인수해 제조업에 진출했다.

국내 업체들이 대형 선박만 수주하고 1만∼2만t급 중소형 선박은 아예 주문조차 받지 않는 데 착안했다.

중소형 선박 공략은 적중했다. 최근 그리스 등으로부터 28척의 선박을 무더기 수주해 3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

이 같은 ‘틈새 전략’에 힘입어 2003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던 현대상사는 전 사장이 부임한 2004년 340억 원 흑자로 반전됐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흑자가 예상된다.

전 사장은 “올해 말 기업개선작업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서 “해마다 300억∼400억 원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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