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상사 전명헌(64·사진) 사장은 30년 넘게 각국을 누비며 잔뼈가 굵은 정통 영업맨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현대상사 본사에서 만난 그는 앉자마자 “비즈니스는 결국 영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서울시의 신(新)교통시스템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것은 ‘모든 것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영업 철학을 대표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쿠알라룸푸르의 교통체증은 세계에서도 악평이 나 있죠. 그런데 지난해 그곳에 사업차 갔다가 문득 서울시의 교통시스템을 팔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전 사장은 작년 7월 귀국하자마자 서울시로 달려갔다. 처음엔 수출 가능성을 의심하던 서울시 직원들은 전 사장의 설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떼다가 되파는 전통적 비즈니스에서 상사는 늘 상대방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전 사장은 상사의 운명도 바꿨다. 현대상사는 지난해 6월 중국의 조선소(칭다오현대조선)를 인수해 제조업에 진출했다.
국내 업체들이 대형 선박만 수주하고 1만∼2만t급 중소형 선박은 아예 주문조차 받지 않는 데 착안했다.
중소형 선박 공략은 적중했다. 최근 그리스 등으로부터 28척의 선박을 무더기 수주해 3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
이 같은 ‘틈새 전략’에 힘입어 2003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던 현대상사는 전 사장이 부임한 2004년 340억 원 흑자로 반전됐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흑자가 예상된다.
전 사장은 “올해 말 기업개선작업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서 “해마다 300억∼400억 원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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