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잡화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주디앤디의 ‘MCM’, 태진인터내셔널의 ‘루이까또즈’, 형지어패럴의 ‘여성크로커다일’. 사진 제공 각 업체
성주디앤디의 한영아(43) 글로벌 마케팅팀 이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다. 독일의 패션잡화 브랜드 MCM의 한국 공식 판매회사에 지나지 않았던 성주디앤디가 작년 11월 모기업인 MCM을 인수하면서 그의 근무지가 사실상 서울에서 뉴욕으로 바뀐 것. 한 이사는 현재 MCM 미국지사 설립 준비를 책임지고 있다. 프랑스 패션잡화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인수한 태진인터내셔널은 세계 주요국 면세점에 루이까또즈 매장을 개설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여성크로커다일은 싱가포르 본사를 대신해 중국 사업 진출 계획을 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 모회사를 인수한 자회사… 태진인터내셔널도 루이까또즈 인수 성주디앤디는 1991년 MCM 가방을 수입 판매하면서 MCM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은 MCM의 22개 해외 시장 중 최대 시장이 됐다. 성주그룹 김성주(50) 사장은 “MCM 외에도 몇 개의 유럽 브랜드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라며 “MCM을 앞으로 5년 안에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루이까또즈를 인수한 태진인터내셔널은 1990년대 초반 매장 1개로 시작해 2000년까지 잡지에 광고 한번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사업을 키운 패션잡화 업체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이 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할 만큼 태진인터내셔널의 디자인 파워는 업계에서 알아주고 있다. 현재 루이까또즈 브랜드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가방과 지갑 등 고급 패션잡화의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여성크로커다일을 운영하는 형지어패럴 최병오(53) 사장은 1995년 서울 강남구 포이동의 크로커다일 국내 브랜드 관리 대행업자를 찾아가 ‘여성크로커다일’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10여 년 동안 여성복을 만든 최 사장은 5만∼10만 원의 중저가 여성복 시장이 틈새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형지어패럴은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는 드물게 연 매출 2000억 원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여성크로커다일은 올해 싱가포르 본사를 대신해 중국에서 여성복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싱가포르 본사가 중국 사업의 전권을 이 회사에 위임한 것이다. ○ 더 강해진 한국 디자인 파워 세계 시장으로 성주그룹은 한국과 영국, 독일에 MCM 디자인센터를 두고 분기별로 한 번씩 모여 신상품의 최종 디자인을 결정할 계획이다. 태진인터내셔널은 세계 시장에 루이까또즈 브랜드를 알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을 시작으로 연내에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에 각각 면세점을 낸다. 형지어패럴 최 사장은 “새해가 시작되면 4, 5개월은 중국에서 지낼 계획”이라며 “한국의 디자인 파워를 중국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브랜드 개발보다 기존의 외국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