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담보대출 ‘100조 錢爭’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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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고객을 잡기 위한 금융회사 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기업인 미국 GE 계열사 GE머니가 9월 ‘전세금 담보 대출’ 상품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보험회사와 상호저축은행,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농협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중은행들은 아직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100조 원대로 추정되는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금융회사들은 대출조건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이므로 먼저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 금리 年5%대… 5억원까지… 상품다양

여러 회사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쪽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농협이 내년 1월부터 판매하는 상품의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하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1.7%’여서 연 5%대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대상은 전국 지역개발공사가 분양하는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로 제한된다. 대출금액도 임차보증금의 70% 내에서 최대 4000만 원으로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적다.

전세금 담보 대출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주는 곳은 솔로몬상호저축은행이다. 보증금의 80% 범위에서 5억 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상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로 제한되고 금리도 연 9.5∼22%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GE머니의 전세금 담보 대출은 연 9.9∼27.4%로 금리가 가장 높지만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강점이다.

○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GE머니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전세금 담보 대출시장은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이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만으로도 별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굳이 이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

제2금융권도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한 전세금 담보 대출은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GE머니가 내놓은 상품이 큰 인기를 얻자 금융회사들이 하나 둘 가세하면서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금리는 더 떨어지고 상품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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