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을 꿈꾸다 빌 게이츠에 빠진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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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중퇴하고 24세에 사업을 시작해 모범적인 청년사업가로 성장한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그는 “처음으로 별을 봤을 때 ‘불변하는 걸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인크루트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중퇴하고 24세에 사업을 시작해 모범적인 청년사업가로 성장한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그는 “처음으로 별을 봤을 때 ‘불변하는 걸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인크루트
《나이 31세. 별명은 ‘별돌이’. 성격은 수줍음 잘 타고 조용함. 학력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3학년 중퇴. 현재 직함은 대표이사. 수상 경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선정한 ‘모범청년기업가상’.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의 이력은 짧지만 예사롭지 않다. 직접 쓴 책도 있다. 제목은 ‘네 나이에 CEO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크루트 사무실에서 만난 갓 서른을 넘은 청년 기업가에게는 ‘그 나이에 최고경영자(CEO)가 되고도 남을 만한 ‘용기와 열정’이 있었다.》

○ 천문우주학과 다닌 ‘별돌이’

“별 보러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 “저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경기 가평군에서 열린 지구과학교사 모임에 따라간 그는 난생 처음 제대로 된 별을 구경했다. 충격이었다.

“내가 바라보는 별이 몇 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 너무 신비로웠어요.”

별에 푹 빠져 천문우주학과에 입학했지만 인터넷을 알고부터 별을 차 버렸다. 인터넷에 대한 사랑이 더 깊었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94년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e메일이라는 걸 처음 받았다.

“비행기로 10시간 넘게 가야 하는 곳에서 불과 1, 2초 만에 편지가 왔어요. 그때의 놀라움이란…. 그날 잠을 못 잤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인터넷에 푹 빠졌다.

○ 24세에 벤처에 뛰어들다

1998년 한 친구가 취업정보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외환위기로 일자리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때였다.

친구 3명이 뭉쳐 구인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돈은 거의 안 들었다. 사무실과 네트워크 장비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무상으로 빌렸다.

그해 11월 사업계획서를 들고 동아일보에 찾아가 “업무 제휴를 하자”고 제안했다.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2년간 취업사이트가 링크되며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1999년 법인을 설립할 때 초기자본금 5000만 원 중 3400만 원은 채팅을 통해 알게 된 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이 사업가는 “젊은이가 기막힌 아이템을 갖고 있다”며 선뜻 투자금을 내놨다. 나중에 이자를 두둑이 얹어 갚았다.

○ 청년 기업가로 성장하다

인크루트는 올해 3월 채용정보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업체인 뉴소프트기술을 인수해 인크루트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공개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52억 원, 영업이익 4억2900만 원. 60만 기업회원과 270만 개인회원이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1000억 원에 미국 몬스터닷컴에 매각된 잡코리아와 1, 2위를 다툰다.

그는 청년 사업가들의 모임인 EO(Entrepreneurs Organization)에서 재정을 담당하며 주도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백승택 네오싸이언 사장, 신용한 에버케어 사장 등 50여 명의 젊은 CEO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며 그에게 자문을 한다.

성공한 벤처 2세대로 꼽히는 그에게는 최근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과 김형순 로커스 사장 등 벤처 1세대들의 몰락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무섭습니다.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아, 이렇게 하면 성공하겠구나’ 하고 많이 배웠는데…. 벤처 1세대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의지할 곳이 없어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어요.”

그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청년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가 계속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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