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金추… 없어서 못팔아요”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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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農心이종범 씨가 전남 영광군 자신의 배추밭에서 속이 막 차기 시작한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중국산 납 김치 파동 이후 배추 값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영광=나성엽 기자
흐뭇한 農心
이종범 씨가 전남 영광군 자신의 배추밭에서 속이 막 차기 시작한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중국산 납 김치 파동 이후 배추 값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영광=나성엽 기자
《“‘현금으로 후하게 쳐줄 테니 배추를 팔라’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옵니다.”(이종범·57·전남 영광군 군서면) 중국산 납 김치 파동 후 국산 배추 수요가 늘면서 전국 주요 배추 산지(産地)에선 ‘배추 확보전’이 치열하다. 산지 배추 값이 크게 뛰면서 농민들의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김장철을 앞두고 급등하는 배추 값을 바라보는 도시지역 서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 대부분 ‘밭떼기’로 팔렸다

12일 서울에서 남쪽으로 300km가량 떨어진 전북 고창군과 전남 영광군의 배추 산지. 이곳은 전남 영암군, 충남 당진, 홍성군 등과 함께 김장 배추 5대 산지로 꼽힌다.

이곳 배추는 예상대로 귀했다. 중국산 납 김치 파동 후 사실상 배추가 품귀(品貴) 상태다.

농민 정재욱(45·전북 고창군 고창읍) 씨는 “할인점 중매인, 김치공장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사실 팔 배추가 동이 났다”고 말했다.

고창군의 올해 김장 배추 재배 면적은 약 122만 평, 영광군은 약 115만 평. 이 중 90%가량은 이미 발 빠른 중간 상인들이 밭떼기(사전 계약한 밭에서 나온 배추를 전량 구입하는 것)로 확보한 물량이다.

정 씨는 “선수금을 받고 수확이 끝나면 배추 품질을 확인하고 잔금을 받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대부분 계약 즉시 현금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 김치, 금(金)치 되다

이날 현재 고창, 영광군 산지 배추 시세는 평당 6000원 안팎(평당 배추 8∼10포기 수확). 평년에 비해 두 배가량 올랐다. 배추 파동으로 평당 1000원까지 시세가 급락한 작년에 비하면 농민들은 모처럼 ‘대박’을 건진 셈이다.

하지만 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년째 이어진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배추 농사를 포기하면서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중국산 납 김치 파동으로 국내산 배추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추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김장 배추 재배 면적은 작년 4200여만 평에서 올해 3500여만 평으로 17%가량 줄었다.

그러나 배추 재배 농민들은 “지난해 배추 파동으로 손해를 많이 본 데다 실제로 돈이 없어 종자를 사지 못한 농민도 적지 않아 실제 재배 면적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배추 값 얼마나 오를까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상품은 14일 현재 5t 트럭 기준으로 661만5000원. 9월 말 425만 원 선에서 55.6% 올랐다.

최근 김치를 담근 주부 신연주(64·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배추 6포기를 2만7000원에 샀다”며 “부재료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겠다”고 털어놨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은 올해 김장 비용(4인 가족 기준)이 12만6000∼12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8∼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기당 평균 3000원을 웃도는 배추 소매가격은 김장철을 전후해 출하량이 늘면서 포기당 1500∼2400원 정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것도 작년 김장철에 비해 60% 오른 가격이다.

이마트 야채팀 이명근 바이어는 “김장철이 다가오면 배추 값이 떨어지지만 올해는 재배 면적이 줄고, 납 김치 파동에다 병충해와 태풍 등 변수가 남아 있어 가격 하락을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창·영광=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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