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휴대전화 신발도… 패션을 입는다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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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아르마니 씨가 디자인한 벤츠.
조르조 아르마니 씨가 디자인한 벤츠.
독일의 스포츠용품 브랜드 ‘푸마’.

2002 한일월드컵 이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푸마 브랜드가 지금은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대형 매장을 둘 정도로 가격도 비싸고 인기도 높다.

스포츠용품 분야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뒤지던 푸마는 2000년부터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 질 샌더 씨에게 스니커즈 디자인을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 평범했던 푸마 브랜드는 지금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급 브랜드 대접을 받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의 다른 업종 진출이 활발하다. 의상 디자이너들이 스니커즈, 휴대전화,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감성이 소비의 중요 요소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디자이너와 제조업체의 손잡기

삼성전자는 미국의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벳시 존슨 씨가 디자인한 휴대전화를 올 5월 미국에서 시판했다. 작년 말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포스텐버그 씨와 안나수이 씨의 휴대전화 디자인에 이어 세 번째다.

10, 20대 신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벳시존슨 폰’은 표면에 디자이너 특유의 화려한 장미꽃 문양이 들어 있고, 키패드 아랫부분에 디자이너 서명이 새겨져 있다. ‘남과 다른’ 휴대전화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담뱃갑에도 패션 디자인이 진출했다. BAT코리아는 사진작가 김형원 씨,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 씨, 공간디자이너 이동원 씨, 조각가 최우람 씨가 각각 디자인한 던힐 담배를 다음 달 2000만 갑 한정 생산한다.

국내 스포츠용품 회사인 EXR코리아는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씨가 디자인한 스니커즈를 9월 초 선보였다. 뉴욕을 주제로 각각 애비뉴, 브로드웨이, 브루클린, 허드슨으로 명명했다. 각 신발의 바닥은 실제 해당 지역의 항공 촬영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길거리 패턴이 그대로 표현되도록 독특하게 디자인됐다.

LG전자는 타워팰리스의 외관을 디자인한 최시영 씨와 손잡고 프리미엄 주방가전 ‘벨라지오’를 출범시켰다.

건설업계에 디자이너 이름을 앞세운 마케팅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업체의 유명 디자이너와의 제휴는 더욱 활발하다. 벤츠는 작년 조르조 아르마니 씨에게 벤츠의 실내 디자인을 맡겨 새로운 느낌의 차를 만들었다.

아디다스는 감성 디자이너로 유명한 스텔라 매카트니 씨가 디자인한 스포츠웨어로 올해 초 짭짤한 재미를 봤다.

○ 브랜드 파워 함께 키워야

디자이너들의 다른 산업 진출은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디자이너와 다른 업종의 브랜드가 만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유명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하고 디자이너는 제품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키운다.

디자이너가 협업한 제품을 한정판매하는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패션업체 루이까또즈와 손잡고 노트북PC와 노트북 가방을 서로의 매장에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도 택하고 있다.

트렌드정보컨설팅 업체인 아이에프네트워크 이형선(李炯宣) 마케팅팀장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제품 차별화를 위한 방편으로 디자이너들의 제조업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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