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영]‘갖고 싶은’ 제품 만들어야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 태평양

태평양이 국내 1위 화장품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다름아닌 디자인이다.

태평양은 내적, 외적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토털뷰티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미(美)를 선물하는 기업인 만큼 태평양이 디자인에 기울이는 노력은 남다르다. 태평양의 디자인 개발은 단지 외형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다른 감각들을 즐겁게 하고 기능적인 면에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부문 또한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개발 노력의 결과 2002년에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뉴욕페스티벌 디자인부문에서 아모레퍼시픽(브랜드)이 디자인 월드 골드 메달을 수상하였다. 헤라 뮨 향수도 패키지 부문에서 월드스타상을 받았다. 태평양은 2015년까지 화장품에서 10개의 메가 브랜드(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를 키워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너 뷰티를 위한 제품과 그 제품 자체의 아름다움. 바로 태평양이 추구하는 디자인 목표이자 세계 시장을 향해 발돋움하고 있는 태평양의 무기이다.

○ 스와치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세계 시계시장의 51%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스와치 그룹이 전 시계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스와치가 순조로운 길을 걸어 온 것은 아니다. 스위스의 고가 시계산업은 1970년대 후반 값싼 노동력과 기술력으로 돌진해 오는 일본과 홍콩의 저가 시계에 밀려 몰락하는 듯 보였다. 1980년대 초에는 세계 시계시장에서 스위스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에서 15%로 뚝 떨어졌다. 이는 머지않아 스위스 시계보다 월등히 앞선 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는 위기의 신호이기도 하였고, 시계가 이제 부의 상징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생필품으로 개념을 바꿔 나가는 단계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준 기회이기도 하였다.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차별화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스와치의 부흥에 앞장섰다. 그는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 장치를 넘어 패션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만들어 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와치의 성공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것은 다양한 탄생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디자인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키스 하링, 장 미셸 폴록, 백남준, 비비언 웨스트우드 등이 스와치를 디자인하였다.

디자인의 힘을 믿었던 스와치 그룹은 쇠락 위기에 놓인 스위스의 시계산업을 부활시킨 것은 물론이고 스위스의 50개 공장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440개에 이르는 생산, 판매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제1의 시계 그룹이 됐다.

스와치의 디자인은 구입하는 자체를 넘어 간직하고 싶은, 또는 갖고 싶은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고, 시계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제각기 다른 시계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디자인이 기업 성공의 열쇠이자 세계를 석권하도록 하는 키워드임을 스와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다.

디자인은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인 것이다. 단지 아름다움 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능적, 감성적 욕구까지 채워 줄 수 있는 종합 설계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나연 산업정책연구원·브랜드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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