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추석선물 배송 ‘총알택시’ 타보니…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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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추석선물 ‘배송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일 배송현장 체험에 나선 본보 김현수 기자(오른쪽)가 고객에게 선물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추석을 앞두고 추석선물 ‘배송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일 배송현장 체험에 나선 본보 김현수 기자(오른쪽)가 고객에게 선물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월요일인 12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2층 판매물품 점검용 주차장은 아침부터 추석선물 배송 아르바이트생으로 북적였다. 기자도 추석선물 배송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배송 아르바이트를 자청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배송차량을 찾았지만 주차장에는 트럭은 없고 택시만 잔뜩 있었다. 냉동식품, 건어물 등 대부분의 물품은 전국 곳곳의 배송센터에서 화물트럭으로 직접 배달하지만 빠른 배송이 필요하거나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냉장식품은 각 점포에서 택시를 이용해 배송에 나선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기자는 이른바 신속배송팀에 배속된 셈이다. 롯데백화점 지원팀 정재용 계장은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일당 13만5000원을 받아 좋고, 우리는 골목길까지 꿰뚫고 있는 ‘전문가’들이 빠른 배송을 해주니 좋다”고 말했다. 이날 본점에선 총 64대의 택시가 1864개의 추석선물을 실어 날랐다.》

○ 배송물량은 늘었지만 가격대는 낮아져

백화점 명절 선물 배송만 10년째인 택시운전사 정순정(57) 씨와 길을 나섰다.

할당받은 지역은 종로구, 중구, 용산구 일대. 제지업체들이 중구 일대 소규모 인쇄업체에 돌리는 선물이 10여 개나 됐다. 대부분 곶감과 건어물.

정 씨는 “요즘은 부자 동네를 가도 비싼 선물이 잘 안 보인다”며 “기업체가 보내는 선물도 건어물, 과일이 많고 간혹 굴비 정도가 눈에 띄는 고가 선물”이라고 귀띔했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 추석 선물 배송물량은 다소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5만9000건에서 올해 18만여 건으로 13.2%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가격대는 평균 3만∼5만 원대가 많아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지는 추세.

롯데백화점 식품 협력업체인 ㈜가야유통 김기상 실장은 “배송이 몰리는 14, 15일이 돼 봐야 알겠지만 10만 원쯤 되면 비싼 선물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배송은 속도전쟁…‘길찾기’ 묘수가 관건

“어이쿠, 아파트 지역이면 좋을 텐데 온통 골목길이군….”

서울 중구 일대 골목을 헤매고 다녔지만 ‘가야 할 집’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 씨는 대충 말만 들어도 어딘지 ‘감’이 온다고 한다. 주소 보고 찾아가는 것은 택시 운전 20년의 ‘훈장’이란다.

그는 달랑 번지수만 들고 목적지에 가려면 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대충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빠른 배송의 요령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동네 길을 훤히 아는 중개업소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 여성 배송원은 인기 만점

용산구 용산동 이은아(70·여) 씨는 “딸 같은 아가씨가 선물을 주니 괜히 기분이 더 좋네”라고 기뻐한다.

택배요원을 가장한 강도 사건이 빈발하면서 여성 배송요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롯데백화점 배송 아르바이트생 중 여성은 80%에 이른다.

기자와 함께 짐을 지고 뛴 아르바이트생 정미란(23·여) 씨는 “가끔 아주머니들이 고생한다며 집에 들어와 음료수라도 먹고 가라고 권한다”면서 “아무래도 같은 여자니까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임형욱 매니저는 “여성 배달원을 보고 안심하며 문을 열어주는 주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우수고객에 한해 전담 여성 택배요원을 배정하고 있을 정도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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