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주택자 비과세 ‘원천봉쇄’…수도권에서만 16만여채 대상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함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1가구 다주택자의 범위가 크게 늘어난다.

또 드물게 비(非)과세 대상으로 통했던 재개발 재건축 투자도 사실상 막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내년 이후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입주권을 대상으로 하되 올해 안에 인가가 난 입주권은 내년 이후 새로 취득한 것부터 적용된다.

현재 관리처분 인가를 받지 않은 수도권 내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14만8900여 채. 이 가운데 올해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받기 힘든 아파트는 11만여 채로 추산된다.

또 아직까지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은 서울 지역 재개발 아파트는 5만2000여 채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만 16만여 채가 이번 조치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

○ 재개발 재건축 자금줄 차단

정부가 주택 수 계산에 입주권을 포함하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입주권 보유에 따른 비과세 혜택이 남발되는 것을 막아 과세 형평을 실현하겠다는 것.

주택 1채와 입주권 1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집을 2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1주택자로 간주돼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근본적인 배경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로 흐르는 자금을 확실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도 여전히 투기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통해 싹을 잘라내겠다는 것.

여기에 재개발 사업인 강북 뉴타운 조성을 앞두고 해당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것을 막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정부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밝혔듯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강북권 개발이 시급하다고 보지만 이 과정에서 투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재개발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해 집을 1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의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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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중과 피하려면 올해 집 팔아야

정부는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적 수요는 중과하겠다는 원칙이다. 실수요자의 기준은 1가구 1주택자다.

예를 들어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1가구 1주택자의 집이 입주권으로 전환된 뒤 다른 집을 사면 일시적인 2주택자로 간주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단 이 경우에도 기존 주택이 재건축된 뒤 1년 안에 나중에 산 집을 팔아야 하고 가구원 전원이 새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

또 1가구 1주택자가 재개발 재건축 입주권을 사 2주택자가 된 뒤 사업이 끝나 종전에 살던 주택을 1년 안에 팔 때도 1가구 1주택자로 본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 거주 이전에 따른 선택으로 인정하겠다는 것.

하지만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올해 안에 집을 팔아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2주택자가 갖고 있는 집 한 채가 입주권으로 전환되면 현재는 1가구 1주택자로 간주하지만 내년부터는 2주택자로 보고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매긴다. 또 2007년부터는 50% 단일 세율로 중과된다.

집 3채 중 한 채가 재개발 재건축 때문에 입주권으로 전환된 뒤 나머지 주택 중 한 채를 팔 때도 3주택자로 간주해 세금이 60%로 중과된다.

또 집 2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입주권을 산 뒤 기존 주택 1채를 팔 때 지금은 2주택자로 보고 9∼36%의 세율을 부과하지만 내년부터는 3주택자에 해당된다.

단 조합원의 입주권이 아닌 일반 분양권은 주택 수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 법적 논란 심할 듯

정부는 입주권에 물권(토지 지분)과 채권(완성된 아파트를 받을 권리)이 결합돼 있어 주택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 분양권은 채권에 불과하지만 입주권에는 토지 지분이 포함돼 있고, 앞으로 주택으로 바뀌기 때문에 주택 수에 포함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조영(金祚永) 변호사는 “입주권에는 조합원이 출자한 토지와 건물 등 재산권이 담겨 있다”며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건물이 허물어졌을 뿐 재산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주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길의 안원모(安源模) 변호사는 “입주권에 대한 절대적인 법 해석을 강조하기보다는 부동산시장 안정에 따른 공공의 이익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권리로만 취급됐던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하면 법리상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법무법인 을지의 차흥권(車興權) 변호사는 “입주권은 소유자가 잔금을 내지 못하거나 사업이 부실화되면 주택으로 바뀔 수 없는 유동적인 권리일 뿐”이라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주택이 아닌 권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대 석희태(石熙泰·법학) 교수는 “주택 정책상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이론을 근거로 했을 때 이 역시 헌법소원 대상”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최성식(崔盛植) 변호사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과세를 소급해서 적용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금까지 입주권을 주택으로 보지 않았던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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