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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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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이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機內)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면세품들이다.
최근 주5일 근무제 등으로 해외 여행객 수가 크게 늘자 두 항공사의 기내 면세품 판매에 불이 붙었다. 과거 술과 화장품이 대부분이었던 기내 면세품목을 전자, 패션잡화, 골프 관련 제품 등으로 대폭 넓히고 있는 것.
특히 국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어서 두 항공사는 향후 기내 매출 감소를 우려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하늘을 나는 ‘기내 백화점’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1∼6월)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와 에트로 핸드백 등을 대거 기내 면세 품목에 추가했다. 대한항공도 캘러웨이 골프공 세트와 삼성 MP3 플레이어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아시아나항공 캐빈 커머스팀 양성우(梁盛宇) 대리는 “2년 전부터 판를 시작한 아이스와인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처럼 고객 취향이 갈수록 고급스럽고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두 항공사의 기내 면세품은 150∼190종. 인건비와 매장 관리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시내 면세점보다 10∼20% 정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단독 판매하는 몽블랑 마이스터스틱 볼펜의 경우 시중가는 29만 원이지만 기내에서는 18만5500원에 팔린다.
대한항공은 조양호(趙亮鎬) 회장의 큰딸인 조현아(趙顯娥·31) 씨가 기내판매팀장을 맡는 등 이 부문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보다 승객들이 덜 찾는 향수 제품을 줄여 나가는 대신 슈에무라, 부르주아, 블룸 등 요즘 ‘뜨는’ 화장품 브랜드를 다수 유치하고 있다.
○ 잘 팔리는 기내 면세품
아시아나항공이 올 상반기 기내 면세품 판매 실적을 조사한 결과 매출 기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발렌타인 30년으로 나타났다.
로열 살루트 21년, 에스티로더 퍼펙셔니스트, 랑콤 콤팩트, 조니워커 블루, 다사키 진주목걸이, 하와이안 선 초콜릿, 파커 볼펜 세트, 브라운 면도기, 캐논 디지털 카메라 등도 판매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다. 이들은 대한항공에서도 잘 팔리는 상품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금연운동을 위해 기내에서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한항공에서는 던힐 라이트와 에쎄 라이트 등 담배가 잘 팔린다. 시중 담배 가격 인상도 기내 담배 매출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한편 두 항공사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는 시바스리갈 18년은 연도를 붙이는 다른 술과 달리 ‘시바스리갈 에이틴’이라는 기내 판매 명칭을 쓴다. 승무원들에게 주문할 때 자칫 욕설로 들릴 수 있어 고심 끝에 붙였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각각 1240억 원과 609억 원어치의 기내 면세품을 판매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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