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고…함께 나누고…외국기업 여성임원 ‘인맥 쌓기’ 비결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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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베풀수록 많이 되돌려 받는다.”

“인맥 속에 정보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주한 외국기업의 여성 임원들은 한결같이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녀 차별이 적은 일터에서 성공을 이룬 이들은 흔히 남성 전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인맥 형성에도 각자 독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여성의 리더십’이 미래 경영의 한 화두로 떠오른 지금,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여성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내외 인맥 쌓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 뭉치면 얻는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윤코퍼레이션 사무실. 주한 외국기업 인사담당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LWHR(Leading Women in Human Resources)’가 열렸다.

모토로라 코리아 상무를 지내다 이 회사를 차린 김남희(金南希·52) 대표, 바이엘 코리아 오숙희(吳淑姬·48) 이사, 엘카 코리아 오철숙(吳哲淑·50) 상무 등 7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한국인의 직책(Korean Title)’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국 남성들은 장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른바 ‘장모님 직책’을 원합니다.”

“직책 인플레이션이 문제라니까요.”

여성 스스로 경쟁력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1997년 이 모임을 만든 이후 8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는 개인적 고충, 서로의 이직(移職)에 대한 추천과 충고도 오간다.

오 상무는 “지나치게 규모가 커서 명함만 돌리는 모임보다는 소규모 정예 모임에서 오히려 인맥이 실속 있게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람 부자’가 성공한다

주한 외국기업의 여성 임원들은 “직책이 높아질수록 사람 관계에서 ‘코치’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퀸텀 코리아, 델 인터내셔널 등을 거쳐 한국EMC에 근무하는 박재희(朴在喜·40) 이사의 ‘파워 인맥’은 옛 직장 동료들. 한 달에 한 번 만나 정보기술(IT) 업계 소식을 격의 없이 교환한다.

베인 앤드 컴퍼니 김연희(金%姬·39) 부사장은 가급적 점심시간을 활용해 ‘일대일로 만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상대로부터 뭔가를 바라지 않고 대신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챙겨주거나 책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보잉 코리아의 20대 여성 임원인 김지희(金池希·28) 상무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에 일주일에 2, 3번 자신만의 ‘네트워킹 데이’를 표시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느낌을 꼼꼼히 메모해 둔다.

로레알 코리아 이선주(李善珠·35) 이사는 대학 교수와 각 기업체 임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월례 모임에 항상 참석해 부지런히 안면을 튼다. 모임의 ‘가지치기’ 파급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한 사람만 건너도 정치인, 종교인, 위기관리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사귀게 된다고.

월마트 코리아 박찬희(朴贊喜·47) 상무는 과거 호텔에서 근무할 때 자신의 고객이었던 대한항공 외국인 기장들을 월마트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소개시키는 등 ‘선의(善意)의 연결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임원들이 술자리 문화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은 제각각 다르다. 김 대표는 “(남성들과) 끝까지 술을 함께 마신다”고 했다. 반면 BMW 코리아 김영은(金英恩·42) 상무는 “술을 안 마셔도 모두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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