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깍기등 세계 넘버원 中企제품, 비결은 끝없는 혁신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코멘트
《‘국위를 선양했다’고 언론에 자주 나오지도 않는다.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칭찬도 별로 받아본 일이 없다. 주력제품은 슬롯머신용 모니터, 손톱깎이, 휴대전화용 마이크, 콘돔 등.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조차 제조업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어엿한 세계 1위 기업들이다. 첨단기계도 아니고 수억 원씩 하는 고가제품도 아니지만 이들은 제품 하나를 만들 때 세계 최고를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러기를 수십 년, 지금 이들이 만든 제품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 유니더스

주력 제품이 콘돔이라는 특성 때문에 증시에서 우스개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오공본드, 대륙제관(부탄가스 제조회사)과 함께 ‘청소년 탈선 수혜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때 ‘주5일 근무 수혜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걸프전이 일어나자 군인들의 콘돔 사용이 늘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유니더스가 만드는 콘돔 생산량은 ‘우스개’가 아니다. 4월 중국 상하이 현지공장이 가동되면서 연간 1억5000만 개를 만들고 있다.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약진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이다. 향기와 색을 입힌 기능성 콘돔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발기를 오래 지속시키는 기능성 콘돔 ‘롱러브’를 출시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 코텍

컴퓨터나 TV용 모니터는 가격 등락이 심하고 마진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모니터 제조업체의 실적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다르다. 코텍은 미국의 세로닉스, 캐나다의 크리스텔과 함께 부가가치가 높고 가격이 안정적인 카지노용 모니터의 과점기업이다. 그중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최대 고객은 전 세계 슬롯머신의 55%를 생산하는 미국의 IGT. 이 회사 제품의 65%에는 코텍이 납품한 모니터가 들어 있다.

하지만 코텍은 IGT 한곳에만 의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올해 들어 러시아 최대 슬롯머신 업체에 모니터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오스트리아, 터키, 스위스 등 유럽 지역 매출도 늘고 있다.

○ 쓰리쎄븐

2000년 중국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TV에 손톱깎이를 들고 나와 “외국 제품은 이렇게 훌륭한데 우리는 왜 이렇게 못 만드나”라고 질타한 적이 있다. 바로 주 총리가 들고 있던 손톱깎이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쓰리쎄븐의 제품이다.

매년 약 1억 개의 손톱깎이를 만드는 부동의 세계 1위. 저가 시장은 중국이, 고가 시장은 독일과 일본이 주도하지만 중가(中價) 시장의 75%는 쓰리쎄븐이 차지하고 있다.

쓰리쎄븐은 사업다각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75년 창업 이후 손톱깎이 마진이 떨어지자 그동안 축적한 손톱 연구를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인 매니큐어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의외로 전 세계 인구 중 손톱깎이를 사용하는 비율은 아직 50%가 되지 않는다. 손발톱 미용에 전혀 관심 없는 후진국이 상당수 있기 때문.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쓰리쎄븐이 개척할 시장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 비에스이홀딩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34.1%.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3대 중 1대에 내장된 마이크는 이 회사 제품이다.

비에스이홀딩스는 1987년 창업 이후 오직 마이크 하나에만 전력을 다해 왔다. 사업 초기에는 유선전화에 사용되는 마이크를 만들었다.

한국에 삼성전자라는 우군이 있어 이런 성적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은 가당치 않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 부품업체 가운데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지멘스 LG전자 등 세계 6대 단말기 업체에 모두 마이크를 납품하고 있다.

특히 올해 노키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삼성전자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온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경쟁업체와의 소송 문제로 번번이 코스닥 입성이 좌절됐지만 올해 디지탈캠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코스닥에 우회 등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