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공장이 호텔같네”… 리노공업, 경영혁신 화제

  • 입력 2005년 3월 23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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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지만 ‘리노’는 공장이라기보다 호텔 같습니다.”

“누가 그럽디다. ‘리노에 가서 배워라’구요.”

21일 오후 3시,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리노공업 2층 사내 영화관. 경북과 대구에서 온 중소기업인 30여명이 회사를 둘러본 뒤 내뱉은 말이다.

이들은 리노 이채윤(李彩允·55) 사장이 직접 설명하는 경영혁신 사례와 회사소개 등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경북 경산에서 자동차 부품회사인 ㈜에나인더스터리를 운영하고 있는 신철수(44) 사장은 “간부나 직원들의 의사소통이 홈페이지를 통해 원활하게 이뤄지고 사내 소식이나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9일에는 부경대 목연수 총장을 비롯한 교수와 교직원 40여명이 경영마인드를 배우기 위해 리노공업을 찾았다.

리노를 찾는 방문객은 전국의 벤처기업인과 CEO, 연구기관 등 연평균 20여개 팀.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이끈 이 사장의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 열린 회사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회사명 리노는 자신의 성과 부인(작고)의 성을 합친 것. 1978년 리노공업을 세운 이 사장은 처음에 비닐봉지를 생산했다. 이후 화학제품과 가방에 들어가는 핀 등을 만들면서 변화를 거듭하다 1995년 반도체 장비용 부품 사업으로 업종을 완전히 전환했다.

현재는 반도체 전자 회로기판의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리노 핀’과 ‘소켓’ 등 2가지 품목을 생산하면서 연매출 300억원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만도 100억원인 알짜기업.

이 사장은 “직원들의 연공서열을 없애고 수평적 기업문화 등으로 기존의 틀을 깨면서부터 경영혁신을 시도했다”며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의 초정밀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불량률은 극히 낮다”고 자랑했다.

회사 환경을 아름답게 꾸민 것도 직원들이 한 가족처럼 일하는데 한몫을 했다.

골프 클럽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본관 앞 잔디밭에는 토끼 10여 마리가 뛰놀며, 그 옆에는 직원용 골프 퍼팅연습장이 있다. 3층 식당 벽면에는 50여 직원들의 캐리캐처가 그려져 있고 2층 사내영화관에서는 점심시간에 영화를 틀어준다. 대리석으로 꾸민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돼있는 등 호텔급이다.

근무이력 15년의 이점순(48·여) 작업반장은 “165명의 직원 중 10년 이상 근속자만 40여 명”이라며 “직원 개개인을 스타로 만드는 경영방침 때문에 모든 직원이 회사를 곧 ‘내 집,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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