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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6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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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인구는 감소, 청년실업은 증가=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내외부 전문가 12명이 작성한 ‘한국경제와 고용창출’ 보고서에서 2000년대 들어 심각해진 15세 이상∼29세 이하의 청년실업 문제는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에서 온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분석 결과 기업의 청년층에 대한 수요는 약간 늘고 있는 데 비해 청년층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2003년 남성 청년층 인구는 500만 명 수준으로 1998년(560만 명)에 비해 10.9% 줄었고, 여성 청년층 인구도 540만 명으로 같은 기간 600만 명에서 11.0% 감소했다.
그런데도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강성 대기업 노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실업은 강력한 노조가 있는 산업에서 주로 유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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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통계분석 결과 임금이 빠르게 상승한 산업일수록 신규 고용, 특히 청년층의 고용이 위축되는 걸로 나타났다”면서 “대기업의 높은 임금 인상과 경직된 고용관행이 청년층에 대한 신규 고용을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졸업 이상 고학력자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너무 많은 것도 청년실업의 한 요인이다. 2003년 대졸 남성의 4.5%, 대졸 여성의 17%는 하향 취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의 과잉 학력과 노동시장의 질적인 수급이 맞지 않고 있다는 것.
▽커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1980년대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종 대기업(종업원 수 500인 이상)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종업원 수 10∼29명인 영세 제조업체의 임금 수준은 1980년 87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점점 크게 벌어졌고 2003년에는 영세기업의 임금수준이 대기업의 53%까지 떨어졌다.
통계분석 결과 이런 임금 격차는 대기업과 하청 관계인 중소기업일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과 경쟁 격화로 인한 하청제품 가격인하 압력도 요인이지만 강력한 노조 때문에 높은 임금을 주는 대기업이 그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경남지역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자동차업체가 파업을 하거나 과도하게 임금을 올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1차 하청 업체로 오고 1차 하청업체는 또 그 부담을 2, 3차 하청업체에 전가한다”고 털어놓았다.
대기업 노동자가 영세기업 노동자의 몫을 빼앗아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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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고용의 3분의 2가 임시직=한국의 고용보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 중 10위 수준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스페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는 정규직에만 해당되며 비정규직은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릴 때 해고가 쉽고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연구 결과 1990년대 고용이 늘어난 부분 중 3분의 2를 임시직이 차지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옮겨가기도 힘들다. KDI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2년 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 옮겨갈 확률은 1.4%이며 일용직에서 정규직으로 옮겨갈 확률은 0.5%에 불과했다. 또 일용직에서 취업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갈 확률은 9.2%며 임시직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갈 확률은 3.6%로 나타났다.
KDI는 “정규직 근로자의 높은 임금 프리미엄이나 고용 보호를 그대로 두고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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