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 WAR’… 지점장들 “자나 깨나 오직 성과”

  • 입력 2005년 2월 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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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부임한 하나은행 지점장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달 28일 하나은행 이무홍(李茂弘) 구로상가지점장은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 구로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에게 설 선물로 김을 돌렸다. 이 지점장의 양복바지는 온통 구겨져 있었다.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그래요. 아직 방문한 가게가 전체 1900여 곳 중에 절반밖에 안 되는걸요.”

은행마다 금리 수준과 상품 종류가 비슷하기 때문에 영업력은 일선 지점장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또 은행들은 인사 원칙으로 영업 우선과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점장들이 이른바 ‘은행 전쟁’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전쟁터 파악하기=최근 실시된 정기 인사에서 근무지가 바뀐 지점장들은 새 전쟁터의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지난달 본점 프라이빗뱅킹(PB) 팀장에서 성북동지점으로 옮긴 하나은행 백미경(白美鏡) 지점장은 전통적인 부자촌인 이곳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집집마다 흑미(黑米)로 만든 ‘웰빙 떡국용 떡’을 돌렸다.

백 지점장은 “PB 근무 때는 고객자산관리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제는 신용카드나 대출 실적도 챙겨야 한다”며 “고객이나 선후배를 찾아다니며 카드 영업도 하고 대출 업무를 익히기 위해 밤마다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군 파악하기=우리은행 김경자(金敬子) 압구정지점장은 지난달 3일 부임하자마자 경쟁 관계인 다른 은행의 한 지점을 찾았다. 상품 팸플릿은 어떻게 비치했는지, 어떤 금융 상품을 주로 권유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

김 지점장은 “수신 점유율을 경쟁 지점 수준인 40%대로 높이려면 다른 은행 지점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친해지면 고객들이 다른 은행 지점의 행사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객 마음을 얻어야=국민은행 심부환(沈富煥) 구로동지점장은 고객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최근 구로상가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눈 뒤 담당 지역을 직원에게 할당했다.

심 지점장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우량 고객에게 새 고객을 소개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30억 원을 예치했던 고객이 만기가 된 예금을 경쟁 은행보다 0.9%나 낮은 금리로 갱신해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이홍선(李弘善) 야탑역지점장은 “방심하면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점을 늘 생각한다”며 “고객이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문제까지 돕는 심정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선승혜 씨(서울대 언론정보학과 2학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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