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글로벌 스타’ 키워라…10곳은 돼야 ‘2만달러’ 가능

  • 입력 2005년 1월 4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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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 대표팀 코치의 고민이 아니다.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 어느 때보다 ‘우량 기업’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금 한국경제가 직면한 딜레마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4개 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4개 사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유망한 후보군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등 세계적인 컨설팅사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컴퍼니가 10개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망주가 없는 한국 기업 생태계=4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매출 1조 원이 넘는 회사의 수는 1990년 18개 사에서 1995년 47개 사, 2000년 68개 사, 2003년에 84개 사로 매년 늘었다.

숫자상으로는 증가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2003년 기준으로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등 4개 ‘글로벌 회사’를 빼면 내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커진 건설, 유통, 식품, 통신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들 회사는 해외시장 공략이 어려워 추가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내수와 수출을 아우르면서 매출과 이익이 매년 늘어날 가능성을 가진 회사는 태평양, 모비스, LG화학, 삼성SDI 정도”라고 꼽았다.

▽왜 이렇게 됐나=글로벌기업으로 클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경제관료 출신인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학원의 이창양 교수는 “한국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재벌-정부-금융의 3각축이 외환위기 이후 해체되면서 혁신시스템도 무너졌다”며 “이제 어느 재벌도 과거와 같은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각 계열사가 총동원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정부와 국민은 그 리스크를 분담하던 ‘성공 공식’이 깨졌다는 것.

외국계 컨설팅사나 투자기관에서 몸담고 있는 ‘해외파’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삼성, LG 등 초대형 재벌들의 과도한 사업다각화로 후발주자들이 진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며 “그나마 재벌의 힘이 미치지 않은 영역인 게임이나 인터넷 기업에서 새로운 기업의 등장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지식기반경제에서 탈출구 모색해야=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이어 해외시장에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우는 해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상무는 “기존 산업군에서 제2의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면서 “다만 정부, 금융, 사회 모두가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바이오나 나노산업 등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글로벌기업’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는 “국내 시장이 개방화, 국제화된 시대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망주를 키워주던 시대는 끝났고 삼성전자와 같은 ‘매머드 기업’이 더 이상 나오기도 힘들다”며 “한국 사회 전체가 지식기반경제로 빨리 이행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매출 3조 원 이상 기업군
기준회사 수회사
10조 원 이상9개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전,LG전자,포스코, SK, 기아자동차, SK네트웍스, KT
5조 원 이상∼10조 원 미만14개SK텔레콤,삼성물산,한국가스공사,현대중공업,S오일,대한항공,LG필립스LCD,신세계,LG화학,한진해운,LG상사,현대모비스,KTF
3조 원 이상∼5조 원 미만13개삼성SDI,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효성,삼성중공업,대우인터내셔널,현대상선,하이닉스반도체,ING스틸,LG건설,대림산업, 쌍용자동차,대우차판매
2003년말 기준. 자료:한국상장회사협의회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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