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지경 됐는지… 참담할뿐” 경인방송 눈물의 종무식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09분


코멘트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된 지난해 12월 31일 노조 조합원들이 방송국 밖 주차장에서 열린 고별행사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권주훈 기자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된 지난해 12월 31일 노조 조합원들이 방송국 밖 주차장에서 열린 고별행사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권주훈 기자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참담할 따름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11시경 인천 남구 학익동 경인방송(iTV) 1층 스튜디오.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추천을 거부함에 따라 전파사용 기간이 만료된 경인방송의 마지막 종무식이 열렸다.

박광순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 80여 명은 애국가를 마지막으로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는 자막이 나가자 모두 고개를 숙였다.

이어 박 대행의 고별사가 이어졌다.

“새해 희망찬 계획을 짜야 할 이때에 방송을 접게 돼 참으로….” 박 대행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자 일부 직원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눈물을 닦은 박 대행은 “7년 동안 경인방송을 사랑해 준 인천 경기 주민들에게 죄송스럽다”며 고별사를 마쳤다.

직원 김모 씨는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폐업으로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이 뭐냐”며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방송국 야외 주차장에서는 노조원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별도의 경인방송 고별행사가 열렸다. 직원들 간에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방송국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것.

대형 스크린으로 마지막 방송을 지켜보던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방송이 종료되자 일부 노조원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훈기 노조위원장은 “방송이 멈추게 된 결과를 맞게 돼 시청자에게 죄송스럽다. 제2창사위원회를 조직해 방송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묵묵히 땅만 바라봤다.

인천과 경기 남부지역을 대상으로 UHF채널 21번과 VHF채널 4번으로 방송되던 TV프로그램은 이날 방송이 중단됐다. 경인방송 FM(90.7MHz) 라디오는 편성없이 당분간 음악만 내보내기로 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