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 패권 바뀐다]<下>한국 “가속페달 밟아라”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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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현대자동차의 맞수라고요? 아직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지요. ‘한 판 승부’를 제대로 보려면 갈 길이 멉니다.”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이 최근 회사의 경쟁력에 대해 내놓은 진단은 9월 신형 쏘나타를 선보일 당시의 자신감과는 달랐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향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면서 부쩍 높아진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FTA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강자’인 도요타자동차 등과 맞부딪칠 경우 내수시장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무서운 일본차의 위력=일본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는 독일 명차(名車)들의 위세를 움츠러뜨릴 만큼 높다. 소음의 민감도, 주행 정숙성 등 소비자 취향도 일본과 가장 비슷하다.

도요타자동차는 2000년 한국에 진출해 4년 만인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23.2%(2474대)까지 끌어올렸다. 뒤늦게 상륙한 혼다자동차도 어코드와 CR-V 두 모델만으로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시장 3위에 올라섰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6개월 만이다.

내년 닛산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까지 선보이면 일본차의 공략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대(對)일본 자동차 수출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 한국차의 대일 수출규모는 2002년 2746대, 2003년 2582대, 2004년 상반기 1256대로 일본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에 그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일본차는 이미 자동차 수입관세를 철폐했기 때문에 FTA가 시행돼도 한국이 더 이익을 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갈 길이 멀다=자동차공업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부품 신제품 개발기술은 4년, 설계와 생산 기술은 각각 3년, 2년 정도 뒤진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장착되는 커먼레일 디젤엔진도 아직 100% 수입이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특히 뒤지는 부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미래 친환경자동차 관련 기술. 신제품개발 기술이나 신기술 응용은 2010년 이후에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정부에 한-일 FTA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세철폐 예외 적용 △미래형 자동차 기술개발 지원에 향후 10년간 매년 1000억 원 이상 지원 등을 건의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부소장은 “한국차가 내구성 면에서는 아직 일본차나 독일차에 뒤지고 브랜드 파워도 약하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업계의 전력질주가 함께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추격=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약진도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국 내 자동차 생산은 2002년 126만 대, 2003년 220만 대로 전년 대비 각각 50%와 75%의 성장률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2010년에 14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기지로 부상(浮上)하는 셈이다.

234개에 이르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강점은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그에 따른 기술 이전.

제너럴모터스(GM)는 2007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13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상하이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5년간 현지에 64억 유로를 투입키로 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혼다, 도요타 등도 중국 내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10년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 격차가 대등한 수준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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