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제조업체는 유통업체를 통해 날개를 달고, 유통업체는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높은 매출을 올리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보스, 롯데백화점 입성=3일 롯데백화점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9층 가전 매장.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JVC 등 대기업들이 각각 60여평의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의 한쪽 10여평에 중소기업 디보스의 매장이 설치됐다. 중소 가전업체가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차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디보스 제품이 화질 등 품질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이 30∼40% 싼 것을 본 고객들이 디보스의 좁은 매장으로 몰렸다. 30인치 제품은 디보스 제품이 199만원인 반면 A사(32인치)의 초특가 세일가격이 290만원, B사(30인치) 역시 초특가 가격이 320만원이었다. 디보스는 3일과 4일 이틀 동안 1억 원 남짓의 매출을 올린 반면 다른 대기업은 1500만∼2000만 원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심원보(沈元輔) 바이어는 “브랜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면서 “유통망만 마련해 주면 급성장할 수 있는 유망 중소기업이라고 판단해 1년여 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정식 입점 자격으로 ‘10일 동안 2억 원 매출’을 정했는데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창립 4년 만에 ‘날개’=2000년 설립된 디보스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 등에서는 카시오 NEC 마란츠 등 외국 유명업체에 자체개발생산(ODM)으로 제품을 수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40회 무역의 날에는 5000만 달러(약 520억 원) 수출탑도 받았다.
이 회사가 3일 처음 내놓은 TV와 컴퓨터가 일체화된 ‘인터넷 멀티미디어 TV(IMTV)’는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것이다. 심봉천(沈琫天·45) 사장 등 5명의 창업 멤버는 LG전자 TV사업부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디보스’는 ‘디지털과 보스’의 합성어. 심 사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외국 제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전문 매장 20여 곳에서 판매 실적이 좋아 롯데에서 팔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제품에 비해 가격이 크게 낮은 것에 대해 심 사장은 “생산 부문을 모두 아웃소싱하고 본사는 연구개발(R&D)과 마케팅만을 맡아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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