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협상]美-中 “프리미엄 쌀로 한국인 입맛 바꾸자”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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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부터 시작된 쌀 협상이 종료시한 1개월여를 앞두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쌀 협상 결과를 다음주 중 공개한 뒤 농민 등의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의 최종안은 여론 수렴 뒤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농민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시장 추가개방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상전문가들은 “올해 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 못지않을 정도로 진통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입쌀 밥상에 오른다=쌀 협상에 관계없이 내년부터 수입쌀이 가공용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용으로도 판매될 전망이다.

소비자 판매 허용 문제는 이번 쌀 협상을 통해 다시 부각됐을 뿐 실제로는 쌀 협상 전부터 국제사회의 ‘눈총거리’였다.

정부가 수입쌀을 가공용으로만 내놓은 것은 세계 무역질서를 규정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농림부의 한 당국자도 “그동안 농민의 반발을 감안해 밥쌀용으로 공급하지 않았을 뿐 WTO 차원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윤장배 농림부 국제농업국장도 “미국 등 대부분의 협상 참가국들이 수입쌀의 소비자 판매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는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느 나라가 눈독 들이나=수입쌀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경쟁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세가 부과된 뒤 판매되기 때문에 국내산과 가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국내 쌀 맛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

하지만 상대국들은 앞으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된 이후를 감안해 한국 소비자에게 자국 쌀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상대국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미국산 쌀은 각각 지난해 의무수입물량의 57%, 28%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국의 쌀은 ‘지린(吉林) 흑미’ ‘헤이룽장(黑龍江)성 향미’ ‘윈난(雲南)성 녹색미’ ‘지린(吉林)성 동북미’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도 대표 브랜드인 ‘칼로스’ 외에 재미교포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팔리는 ‘경기미’ ‘왕(Wang) 한가위’ ‘고쿠호 로즈’ ‘시라키쿠 라이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명환(金明煥) 선임연구위원은 “소량 단위로 포장된 프리미엄급 쌀이 들어와 국내산과 품질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안 어떻게 결정되나=정부는 이르면 17일경 협상 결과를 공개하고 국민 대(大)토론회를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과거 한중 마늘협상 등에서 농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사례를 의식해 공론화를 통해 국론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늘리거나 관세화를 선포한 뒤 고율의 관세를 매겨 외국쌀을 수입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농민을 포함한 전체 국민에게 유리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앞으로 DDA 협상 결과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의무수입 늘리면 농지 9만ha 없애는 셈”▼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진행 중인 쌀 협상의 종료시한이 임박하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쌀 협상 결과 공개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이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정부와 농민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하락하면 차액을 보전해 주는 ‘농가소득안정방안’을 내놓고 성난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다.

▽거세지는 농민 반발=전농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는 13일 서울역 광장에서 쌀 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전국농민연대 대표들은 1일부터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쌀 협상을 중단하고 쌀 개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도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농민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정의 한농연 회장은 “의무수입물량이 현행 4%에서 8∼9%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농지 8만∼9만ha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며 “농가 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쌀농사의 기반마저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농심 달래기’ 부심=정부는 농가 소득 보전과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쌀 관세화 조치가 유예되더라도 의무수입물량 증가와 수입쌀의 가정용 판매 허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소득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한가마(80kg) 값을 일정 목표가격으로 고정시켜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내용의 ‘농가소득안정방안’을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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