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원-달러 환율 1000원 붕괴 상황을 대비해 경영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중장기 경영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의 한 임원은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이 급락(원화가치는 상승)하면서 환율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경영 시나리오를 작성 중”이라며 “여기에는 달러당 1000원이 무너졌을 때의 대비책도 포함됐다”고 10일 밝혔다.
LG전자도 달러당 1000원 아래로 환율이 내려갔을 경우에 대비한 경영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또 LG화학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내년에는 환율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 붕괴됐을 때 경영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가 시작되던 1997년 11월 달러당 1000원을 넘어선 뒤 지금까지 1000원 아래로 내려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내년 사업계획을 짜면서 원-달러 기준 환율을 달러당 1050∼1070원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은 환율이 더 급락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의 ‘달러당 1000원 붕괴’ 시나리오 작성은 중장기 경영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증권 안수웅 자동차산업 담당 연구원은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내려가도 이익창출이 가능한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법인의 해외이전 가속화, 투자계획의 조정, 한계사업의 포기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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