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리딩뱅크 다툼]質경쟁…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7시 54분


《선도은행(리딩뱅크)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던 시중은행들이 2000년 이후의 ‘덩치 불리기 경쟁’을 마무리 짓고 이제 질(質) 경쟁을 통해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승부에 나서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간이 한국 금융산업의 최대 전환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29일 행장을 교체한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은행으로서 ‘기득권 굳히기’에 부심하고 있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합병 법인인 한국씨티은행은 1일 ‘수년 내 시장 점유율 10%(현재 7%)’를 목표로 출범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2008년에 리딩뱅크가 되겠다’고 선언해 은행권을 술렁이게 했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도 9월 L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금융 복합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내년 지주회사 출범을 목표로 대투증권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과 신한은행의 각축=본보가 리딩뱅크 대회전(大會戰)의 의미와 양상을 은행 전문가 22명에게 물어본 결과 앞으로 5년 뒤(2010년경) 리딩뱅크가 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국민과 신한은행이 꼽혔다.

국민은행을 꼽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이내에는 규모나 고객 및 지점 수 면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위원)고 분석했다.

반면 리만브러더스 윤용철 상무 등은 “유능한 경영진과 우수한 인력을 갖춘 신한은행이 한발 앞선 종합금융회사 전략으로 최강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는 기업금융과 소비자금융이 균형 있게 배합돼 있다는 점에서, 하나은행은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경영 마인드와 우수한 인력 등을 이유로 1표씩을 받았다.

▽다크호스 한국씨티은행=5개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를 물어본 결과 한국씨티은행이 신한은행과 함께 2표씩을 얻었다. “다른 은행 4곳 모두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말한 한국씨티은행 박진회 부행장을 제외하고 국민이나 하나은행을 꼽은 부행장은 없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 이성용 대표는 “한국씨티은행은 당분간 프라이빗뱅킹(PB) 등 틈새시장의 강자에 머물겠지만 2010년 이후엔 리딩뱅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씨티은행은 PB 등 현재 잘하는 분야의 ‘수성(守成)’에 만족하지 않고 우량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에서도 적극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리딩뱅크 전략=전문가들은 리딩뱅크의 결정요인으로 ‘자산 규모’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겠지만 향후 5년간은 덩치에 따른 영업력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리딩뱅크 후보 은행의 부행장들은 덩치를 키우기 위한 은행 합병이 그동안 바람직한 시너지 효과보다는 역효과를 많이 낸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합병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과주의를 공통의 가치관으로 삼아 조직을 융합하는 데 우선 힘을 쏟을 작정이다.

아울러 은행 점포를 은행 상품 이외에 증권 카드 보험 상품을 함께 파는 ‘금융 슈퍼마켓’으로 개조해 넓어진 고객층을 최대한 은행 수익을 키우는 데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받는 영향과 대응방안=리딩뱅크 경쟁이 본격화되면 소비자들은 은행 점포에서 더욱 친절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혼합형 상품이나 외국 금융상품도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 혼합형 상품이란 ‘증권계좌로 이용할 수 있는 보통예금 계좌’처럼 은행과 증권 또는 보험 기능을 한데 묶은 상품을 말한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리딩뱅크 경쟁이 축복만은 아니다.

은행들은 점포를 금융 슈퍼마켓으로 바꿔 토털서비스 또는 원스톱뱅킹을 해주는 대신 수수료나 금리를 매기는 데 있어 고객별 차등 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것보다 주거래 은행을 정하는 게 유리해진다. 주거래 은행을 바꾸면 우수고객으로서 받았던 수수료 감면이나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애초에 주거래 은행을 잘 선택해야 한다.

국민은행연구소 김장희 선임연구위원은 “리딩뱅크 경쟁은 똑똑한 고객에게는 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고객에게는 시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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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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