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서해5도 해상시위 초읽기

  • 입력 2004년 9월 15일 21시 16분


요즘 인천 서해5도 꽃게잡이 어민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어민들은 “7, 8월 국내 어선의 금어기를 틈타 중국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으로 싹쓸이 조업을 했는데도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하반기 어획고가 계속 부진할 경우 서해상에서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일 태세다.

▽빈 그물, 가득 찬 불만= 이달 초부터 하반기 꽃게조업이 시작됐으나 대청도의 경우 꽃게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이권 대청어촌계장(46)은 “10일부터 조업에 나섰지만 꽃게 씨가 말랐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영해를 넘어 온 중국어선이 그물과 통발을 잘라놓고 도망가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해파리 떼 마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게가 30∼50kg이나 나가는 대형 해파리들이 몰려들면서 꽃게 그물이 엉키거나 찢어지기 일쑤라는 것.

옹진군 연평 소연평 대청 소청 백령도 등 꽃게 주산지인 서해5도의 올 상반기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서해 연안의 수온이 예년보다 낮아 서식환경이 나빠진데다 금어기(1, 2월) 동안 중국의 싹쓸이 조업 등으로 피해를 받은 것.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선주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출어자금을 갚을 방법이 막막해지고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어민들은 “하반기 금어기(7, 8월)에도 중국어선 30∼100척이 매일 무리를 지어 연평도와 대청도 인근까지 내려와 조업을 일삼았고 요즘도 야간에 불법조업을 하는데도 당국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이유로 해상시위를 벌인 어민들은 정부가 생계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을 경우 시위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율 연평어촌계장(49)은 “지난해 가을부터 꽃게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며 “하반기 어획량도 부진할 경우 시위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민들의 주장에 대해 해양경찰청은 “중국어선은 NLL 북쪽 구역(북한 해상)에서 조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측 구역을 침범했을 경우에는 즉각 나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경이 7, 8월 금어기동안 서해5도에서 불법조업을 한 혐의로 나포한 중국어선은 4척이다. 북한측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지 않고 있다. 해경은 한편 중국 어선들의 NLL 침범을 막기 위해 경비함을 증강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1억여원을 들여 취로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양식시설 등 어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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