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B-KT 영문 옥외광고 위법 배상 책임은 못물어”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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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광고물에 외국문자만 쓰거나 한글을 너무 적게 쓰면 현행법 위반이다.”

기업이미지통합(CI) 과정에서 한글간판 대신 영문간판을 사용한 KB*b(국민은행의 로고)와 KT(옛 한국통신)는 옥외광고물 관리법의 한글병기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1년 11월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KB*b라는 새로운 영문로고를 만들었다. ㈜KT는 1997년 10월 공기업인 한국통신에서 민영화되면서 KT로 아예 이름을 바꿨다.

이에

국어문화운동과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은 2002년 11월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픔과 분노를 느끼게 했다”며 국민은행 등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만오·金滿五)는 11일 “옥외광고물에 외국문자만 쓰거나 한글을 썼더라도 현저하게 적게 썼다면 한글을 함께 쓰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침해된 권리가 개인의 권리가 아닌 사회적 이익에 해당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개인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어문화운동 남영신(南永信·56) 회장은 “법원이 한글병기 조항을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 규정으로 판단한 것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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