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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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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이 ‘AA―’인 현대자동차는 만기가 된 회사채 2000억원을 돈으로 갚은 뒤 새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A·2500억원) 한진해운(A―·3000억원) 삼성종합화학(A+·1950억원) 등도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았다.
이렇게 7월 한 달 동안 상환된 회사채 규모는 3조5934억원. 반면 새로 발행된 일반 회사채는 2조827억원에 그쳐 1조5107억원의 회사채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순(純)상환 액수는 1월(1조6381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금감원 박홍석(朴洪奭) 팀장은 “7월은 통상 기업 자금수요가 많은 달이어서 일반 회사채가 1조원 이상 순상환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투자할 곳이 없는 기업들이 수출 등으로 번 돈을 기존 채권을 회수하는 데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채권시장에서는 모두 2조4449억원의 회사채가 순상환됐다.
순상환 규모는 2002년 7011억원에서 지난해 3234억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커지는 추세다.
회사원 김모씨(45)는 지난달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두었던 여윳돈 1억원을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 투자 펀드에 절반씩 나눠 넣었다.
예금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자산운용 업계의 채권 투자 펀드에는 은행과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6조2000억원이 유입됐다.
회사채 시장의 이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는 줄고 돈은 계속 우량 회사채를 찾아 몰리고 있다.
기업이 투자 의욕을 잃고 개인은 마땅하게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난맥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
이날 한은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어음(CP)이나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MMF에는 2조1000억원이, 채권 투자 펀드에는 4조1000억원이 유입됐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6조5000억원이, 자산운용사의 주식 투자 펀드에서는 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은행 및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돈은 몰리고 우량 회사채는 품귀현상을 나타내면서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값이 연중 최고치로 상승(금리 하락)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이 AA―인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4.60%로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金漢進) 전무는 “우량 회사채는 없어서, 또 비우량 회사채는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잘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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