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다잃은 ‘배부른 파업’… LG정유노조 白旗투항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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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자율교섭 등을 요구하며 서울 한남동 단국대 운동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던 LG칼텍스정유 노조원 600여명이 6일 오후 최종복귀시한 직전 현장복귀를 결정한 뒤 농성장에서 짐을 꾸리고 있다.- 전영한기자
노사 자율교섭 등을 요구하며 서울 한남동 단국대 운동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던 LG칼텍스정유 노조원 600여명이 6일 오후 최종복귀시한 직전 현장복귀를 결정한 뒤 농성장에서 짐을 꾸리고 있다.- 전영한기자
지난달 19일부터 불법 파업을 벌여온 LG칼텍스정유 전남 여수공장 노조가 6일 파업 철회와 현장 복귀를 전격 선언해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이에 따라 19일째 끌어온 이번 파업사태는 노조가 명분과 실리 어느 것도 얻지 못하고 노사 양측 모두에 상처만 남긴 채 끝나게 됐다.

▽복귀선언=LG정유노조는 사측의 업무복귀명령 시한인 이날 오후 5시 서울 단국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파업투쟁을 철회하고 현장복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정곤 노조위원장은 “현장을 떠나 투쟁에 나선 것은 부당한 공권력 투입으로 빚어진 일로 이제 현장복귀를 선언한 만큼 공권력은 즉각 철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사측은 파업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과 민형사상 책임, 손해배상 가압류 등으로 또다시 노조를 자극하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원들이 복귀하면 회사의 정상화 상황을 봐가며 공권력을 철수시키겠다”면서 “업무방해와 폭력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된 노조원 65명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은 다음주부터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여수공장에 복귀할 전망이며, 노사는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와 고소고발 문제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백기투항’과 파업이 남긴 것=사측이 업무복귀 마지노선을 제시한 뒤 ‘법대로’를 고수하자 해고의 위기에 몰린 노조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게 파업 철회의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국가기간사업장의 불법 파업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면서 경찰이 본격적으로 지도부 검거에 나선 것도 계기가 됐다.

사실상 올해 노동계의 ‘하투(夏鬪)’를 마무리한 LG정유 노조의 이번 파업은 앞으로 노동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경기불황과 청년실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평균 연봉이 7000만원에 가까운 고임금 근로자들이 벌이는 불법 파업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

조선대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조가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 사건을 패러디해 LG정유 회장을 처형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도 여론의 외면을 받은 한 주요한 요인이 됐다.

▽어떻게 처리될까=사측은 다음주부터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대상자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미 주동자 65명을 경찰에 고소했으며 이 가운데 9명은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1명은 구속됐다.

사측 관계자는 “형사상 책임은 사법기관이 결정할 사안이며 일부 노조원은 해고 등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신 단순참가자들은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것.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가 직권중재를 거부하는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법 파업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또 공고문을 내 “파업 노조원들은 업무복귀 신청서를 작성한 뒤 연락이 갈 때가지 집에서 대기할 것”을 주문했다.

파업에 불참하거나 조기에 복귀한 노조원들과 파업노조원간의 심각한 ‘노(勞)-노(勞)’ 갈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일괄적인 복귀보다는 개별면담 등의 절차를 거치는 단계적 복귀를 통해 파업 후유증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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