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연중 최저… 개인들 체념-증시외면이 가장 큰 문제

  • 입력 2004년 8월 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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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졌다. 증시 투자자금이 고갈되고 거래위축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과 테러위협 등 해외발(發) 악재까지 가세하면서 주식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은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국인들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더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체념을 넘어 무관심해진 투자자들=“연중 최저점이 무슨 의미가 있어. 더 떨어진다는데….”

2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점을 찾은 10여명의 고객들은 녹색(하락을 의미)으로 물든 주식시세판을 외면한 채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내수 회복 지연에 따른 증시 위축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회사원 김모씨(36)는 “기업실적이 좋다는 데 이렇게까지 빠질 수가 있느냐”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박용선 SK증권 종로지점장은 “너무 오랫동안 침체가 이어져서인지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송파지점장은 “투자자들도 이런 상황에서 반등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가전망도 불확실한 모습이다.

강신우 PCA투신운용 전무는 “670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수 반등은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내년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연채 한누리투자증권 이사는 “700 선 언저리에서 하락을 멈춘 상태로 옆걸음질하는 지루한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올해 11월쯤 반등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보다 국내투자자 이탈이 더 문제=올해 상반기 증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하반기 들어서면서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오그라든 상태.

하지만 약세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기보다는 조금씩 사거나 관망 중이다. 이들은 2일 주가가 연중최저치 밑으로 떨어지자 오히려 12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샀다. 저가 공략에 나선 것.

사실 외국인들은 4월 말 ‘중국 쇼크’ 이후 2, 3주 동안 유럽계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약 2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을 뿐 그 이후로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5월 이후 순매수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월별 순매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계 중심의 장기투자펀드는 수익력과 배당측면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는 한국주식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등 토종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증시를 빠져나간 주식형펀드(주식편입비율 60% 이상 펀드) 자금은 1조4640억원에 이른다. 개인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작년 말에 비해 1조14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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