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출 6억→550억 껑충…한국진출 5년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44분


《27일 낮 12시40분 서울 중구 명동. 점심식사를 마친 뒤 회사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의 손에 커피컵이 하나씩 들려 있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 2층에 앉아 아이스모카를 마시던 김모씨(30)는 “스타벅스가 생긴 뒤에는 깨끗하고 편안해서 일반 커피숍에는 안가요”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신세계와 손잡고 한국에 들어온 지 5년.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 1호 매장을 시작으로 27일 100호점인 서울 이태원점을 개점했다. 매출은 첫해 6억원에서 지난해말 550억원으로 9000% 늘어났으며 2000년부터 바로 순이익을 냈다. 100호점 개점을 기념해 방한한 오린 스미스 스타벅스 본사 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 스타벅스 가운데 가장 성과가 뛰어나며 세계 다른 매장의 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커피 문화를 새로 쓰다=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올 때는 ‘비싸다’ ‘미국식 문화라 한국에 맞지 않다’는 여러 가지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제 ‘테이크아웃 문화의 전도사’로 통한다.

다방 등에서 약간 퀴퀴한 냄새와 함께 마시던 커피를 백화점에서 쇼핑이라도 하듯이 밝고 경쾌하게 마시게 만든 것.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나 영화 ‘유브 갓 메일’ 등에서 보듯 커피 한 잔 사들고 일하러 가는 문화가 이젠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이후 커피빈, 시애틀즈 베스트, 로즈버드 등 많은 후발업체들이 에스프레소 커피로 테이크아웃 형태의 체인점을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들어선 건물은 값이 오른다’는 말까지 생겼다. 서울 명동의 스타벅스 자리는 올 들어 평당 1억3851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 되었다. 명동 스타벅스는 세계 8000여개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매출도 최대이며 최단 기간에 수익을 내 스타벅스 회장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 표준과 한국식 문화의 조화=스타벅스코리아의 성공은 스타벅스 본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식 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킨 덕분이다.

스타벅스는 ‘커피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슬로건을 가진 기업. “경쟁사들이 비슷한 맛의 커피를 만들어 팔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을 풍부한 커피 지식으로 무장시키고 고객을 초청해 무료 커피교실을 여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는 게 스미스 사장의 설명.

시애틀 본사에는 디자이너만 200명 있어서 매장 인테리어 등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 낸다. 좌석 배치나 제품도 표준화돼 있다. 스타벅스 매장만을 위해 작곡한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세계 어떤 매장을 가도 표준화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으로 운영하기에 가능한 일.

스타벅스 코리아는 여기에다 ‘오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신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첫 매장부터 200여개의 좌석이 있는 대형 매장으로 만들었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한국식 대형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출신장률이 줄고 있는 것.

이날 스미스 사장과 장성규 스타벅스 코리아 사장이 밝혔듯 ‘가격 인상 검토’도 악재. 명동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지금도 커피가 5000원이면 비싼데 값이 오른다면 다른 소형 테이크아웃점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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