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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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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예상 매출액은 2000년 말보다 5배로 늘어난 1600억원. 3년여의 장사로 지난 10년간의 묵은 빚을 모두 털었다. 동종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유독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도 작년 동기보다 매출이 50%가량 늘었다. 반년간 영업이익은 작년 한 해의 이익보다 많다. 직원들은 회사를 ‘보금자리’로 여긴다.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코리아의 이야기다. 이 업체가 만성 적자기업에서 청바지업계 1등 기업으로 거듭난 데는 이유가 있다.
▽재고는 돈이다=박창근 사장은 2001년 3월 취임과 동시에 6개월치의 재고를 연말까지 100일분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직원들조차 “의류업계를 너무 모른다”고 비웃었지만 그해 말 재고는 101일분으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70일분.
재고를 줄이는 데 주효했던 건 등급별 재고관리였다. 색상과 디자인별로 2800여개나 되는 상품을 A B C D로 나눠 각각 다른 재고기간을 적용했다. 하위 20%인 D급은 매달 ‘퇴출’시켰다. 올해부터는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므로 고객 반응에 따른 재주문과 퇴출이 훨씬 빨라졌다.
매장에서 물건이 빠지면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자동 주문이 들어갔다. 관리자가 수량을 확인해 팩스로 주문하면 판매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매장도 확충했다. 2001년 3월 전국에 46개에 불과했던 매장은 4개월 만에 80개로 늘어났다. 현재는 110여개.
매출이 늘고 재고가 줄면서 돈이 생기자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2월 송종국을 모델로 영입해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엔지니어드 진’을 집중 광고했다. 월드컵과 함께 엔지니어드 진이 불티나게 팔렸다. 5월 1일을 리바이스의 전통 브랜드인 ‘501’ 입는 날로 정해 마케팅을 집중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501데이’ 마케팅은 아시아 태평양 전 지역에서 따라하고 있다.
▽제3의 고객, 직원=리바이스코리아는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조직원들의 충성도가 낮았다.
박 사장은 “공동의 목표의식이 없었다. 제각각 일은 열심히 하지만 효율적이진 못했다. 서로를 불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부서의 과장 차장급으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구호에 그치는 목표가 아닌 분기별 브랜드별 목표가 주어지고 직원끼리 상의해 목표를 맞추다보니 직원들은 서로를 신뢰하게 됐다.
올해부터 박 사장은 수요일마다 직원과 ‘1 대 1 점심 미팅’을 벌이고 있다. 속말을 전부 털어놓지는 못하더라도 “요즘 사장을 안주거리로 무슨 이야기들을 하느냐”는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지고 대답을 하는 분위기는 형성돼 있다. 1년에 2번씩 설문조사를 통해 불만사항을 알아보기도 한다.
▽본사에서 배운다=리바이스 본사는 130여개국에 진출한 리바이스 지사들이 리바이스 코리아를 벤치마킹하도록 독려한다.
501데이 마케팅뿐만 아니라 자동주문시스템, 직원 및 대리점 주인 대상 설문 조사 등 한국의 것을 다른 나라 지사들이 배워갔다. 한국시장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말부터는 아시아본부인 홍콩의 디자이너가 한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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